도박에 미친 3년, 내 청춘의 파산일지

도박에 미친 3년, 내 청춘의 파산일지

내 도박 스토리는 19살 때부터 시작됐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꿈을 위해 산업고등학교에 위탁교육을 받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던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가 버스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뭐해?"

"토토. 재밌어. 잘만 하면 돈도 벌 수 있어."

친구는 잃는 게 아니라 따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겼고, 결국 나도 따라 시작했다.

첫 시작은 그야말로 전설적이었다. 

3일 만에 3출 70마감. 소문이 학교에 퍼졌고, 

친구들은 나를 '재능러'라며 띄워줬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스포츠, 사다리, 파워볼, 달팽이... 가리지 않고 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똑같은 시나리오의 반복이었다.

 미니게임으로 잃고 스포츠로 따고, 결국엔 잔고가 줄어들었다. 

3~4개월간 소액으로 버티다가 점점 더 큰 판에 베팅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알바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의 미용실.

 월급은 60~70만 원이었지만, 

식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게 많았다. 

그래도 꾸준히 돈을 따본 적은 없었다.

 미친 듯이 마틴 배팅하고, 

사다리와 파워볼로 잃으면 스포츠 3폴, 4폴에 로또를 긁듯 베팅했다. 

자금이 바닥나면 친구들에게 몇만 원씩 빌려 다시 달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빚이 몇십만 원이 됐다

마지막 수단으로 원장님께 월급을 미리 당겨 받았다.

"이걸로 다 갚고 깨끗이 손 씻자."

...그랬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나는 미친짓을 했다. 

한탕을 노리고 다시 도박에 올인. 

결과는 탕진. 더 이상 빌릴 친구도, 방법도 없었다.

그러다 SNS에서 ‘돈 빌려준다’는 글을 봤다. 

덜컥 연락을 했다.

"미성년자는 부모님 동의가 필요해요."

몰래 해야 한다고 하자, 그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그럼 부모님 지갑에서 신분증 꺼내서 사진 찍어 보내세요."

망설였다.

 하지만 돈에 눈이 먼 나는 30만 원에 부모님 정보를 팔아버렸다. 

폐륜을 저지른 것이다. 

돈은 들어왔고, 곧바로 친구에게 빚을 갚았다.

 그 순간만큼은 해방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20살 새해 첫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큰일 났어. 당장 집으로 와."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침착하게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새해맞이 통장 정리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 

우리도 모르는 대출이 1억이 넘어. 

그런데 네 이름이 연관돼 있더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머리가 하얘졌다. 

1억? 상상도 못 한 금액이었다. 

본능적으로 거짓말했다.

"나랑 상관없어."

하지만 조사 끝에 내 이름이 대출 서류에 적혀 있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무릎을 꿇고 모든 걸 털어놨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다행히도 그 사기꾼이 내 친구와 직접 통화한 기록이 있어 단서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4개월간 사죄하며 지냈다. 

산업고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20살이 되었지만, 

자유를 즐길 자격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군대에 입대했다. 

입대 전, 엄마는 조심스레 말했다.

"사기친 놈 잡았대. 근데 1억 2천 중 80%만 돌려받았어. 

나머지는 그놈이 도박으로 다 날렸대."

군대에서는 단도해야 했지만, 

전역 후에도 나는 또다시 토토를 손에 잡았다.

적금 200만 원, 월급 60만 원. 다 날렸다.

 코인노래방 알바 월급 150만 원도 도박으로 사라졌다.

 최근엔 발목 수술로 입원했는데 생활비가 없었다. 

결국 폰 소액결제 50만 원을 땡겨 도박을 했다. 

역시나 탕진. 

자살까지 생각했다.

병원에서 알바도 못 하는 상황. 

친한 친구에게 병원비 명목으로 20만 원을 빌리고, 

쓰던 아이패드를 팔아 폰값을 갚았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이제는 진짜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단도 2일 차.

군대 기간 빼고 약 1년 반 동안 나는 파란만장한 도박 인생을 살았다. 

이제 주식이든 코인이든, 

그 어떤 것도 손대지 않을 것이다. 

모으는 삶을 살 것이다.

부디,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절대 토토에 손대지 않기를. 

내 전역 후 계획이 ‘스포츠로 안정적으로 운영해보자’였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았다.

무조건 탕진.

이렇게라도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속이 시원하다.

 늦었지만 끊어낸 내가 스스로 대견하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단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