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준 경쟁 치열했다? 승자는 한화… 4년 50억 계약, KBO FA 시장 대형 폭풍 서막인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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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한화와 4년 50억 원에 계약하며 2025년 KBO리그 FA 시장 이적 1호 선수로 기록된 심우준. ⓒ한화이글스
▲ 손혁 한화 단장은 “심우준은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 가능한 꾸준함과 안정적인 수비로 내년 시즌 센터라인 강화의 주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5년 KBO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시작부터 화끈하게 타오르고 있다. 최대어로 손꼽힌 최정이 4년 총액 110억 원을 전액 보장받는 대형 계약을 터뜨린 가운데, 많은 팀들의 관심을 모았던 유격수 자원인 심우준(29)의 행선지는 한화였다. 중복 투자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한화는 현장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2025년 신구장 이사를 앞두고 거침없이 돈을 쓰고 있는 한화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심우준 이적이 시장에 던질 나비효과에도 큰 관심이 몰린다.
한화는 "7일 FA 내야수 심우준을 영입했다. 계약규모는 4년 최대 50억원(보장 42억원·옵션 8억원)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KBO리그 FA 시장에는 총 20명의 선수가 나왔다. 6일 시장이 열리자마자 우규민(kt·2년 총액 7억 원), 그리고 최정(SSG·4년 총액 110억 원)이 차례로 계약한 가운데 심우준이 올해 FA 이적 선수 1호로 기록됐다.
한화는 "심우준은 2014년 2차 특별지명(전체 14번)으로 KT위즈에 입단해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상무에서 뛰었던 2023년과 2024년 전반기를 제외한 모든 시즌에 100경기 이상 출장해 온 심우준은 1072경기 통산 성적 타율 0.254, 275타점, 156도루(도루성공률 0.788)를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화 이글스는 심우준의 합류로 현장에서 원하는 빠른 발과 작전수행능력을 지닌 안정적 유격수 자원을 확보, 내야 뎁스를 강화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김경문 감독 등 현장의 요구에 프런트가 응답했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 한화는 기동력, 그리고 작전수행에서 다소간 한계가 있었고 오랜 기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경문 감독도 이런 유형의 선수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리그에서 검증된 유격수인 심우준은 그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다.손혁 한화 단장은 "심우준은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 가능한 꾸준함과 안정적인 수비로 내년 시즌 센터라인 강화의 주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며 "피치클락 도입으로 인해 출루 시 상대 투수에게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팀에 다양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는 "심우준 역시 수비, 주루 등 자신의 강점을 살려 구단의 목표인 '명문구단으로의 성장'에 반드시 도움이 되겠다는 각오"라고 소개했다. 심우준은 구단을 통해 "좋은 평가를 해주신 한화이글스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FA 선수로서 한화 이글스 선수단에 합류한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팀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우준은 "기분 좋다. 명문구단에 불러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제 불러주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단 소감을 밝히면서 "첫 번째로, 신축구장 개막전에 유격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열정적인 팬분들이다.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고, 원정 경기를 하면서도 응원 열기를 직접 느꼈다"고 이번 FA 시장에서 한화의 손을 잡게 된 이유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 심우준은 구단을 통해 “좋은 평가를 해주신 한화이글스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화이글스
▲ 원 소속팀 kt와 심우준을 영입한 한화는 물론, 시즌 중에도 심우준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였던 한 구단 또한 이번 FA 시장에서 심우준의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혜미 기자
심우준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 "수비랑 주루다. 그것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오게 됐다고 생각한다. 내 강점을 살려 도루 20~30개는 무조건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 심우준은 리그 정상급 유격수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꾸준하게 받았고, 발 또한 빠르다. 이어 심우준은 "(팀이)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불러주셨으니 팀에서 원하는 수비와 주루에서 도움이 되면서 가을야구 넘어 우승까지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보다는 잘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심우준은 김경문 감독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감독님과는 처음으로 함께 야구를 하게 됐다. 감독님을 뵙게 되면 어떤 방향으로 한화 이글스의 야구가 가야 할지 이야기 많이 나누고, 그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11년 동안 함께한 kt 구단 관계자분들과 선수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특히 이강철 감독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항상 저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kt 팬분들께도 감사드리며, 팀은 옮기게 됐지만 팬 여러분의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kt 팬들에 작별을 고한 심우준은 "최선을 다 한다고 말씀드리기 보다 정말 잘 할테니 많이 반겨주셨으면 좋겠다. 신축구장에서 열정적인 팬분들과 가을아구, 그 이상 까지 할 수 있도록 내 역할을 최대한 해내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한화 팬들에게도 인사를 남겼다.
◆ kt 무조건 잡겠다고 했는데… 의외로 치열했던 경쟁? '성적 올인' 한화가 웃었다
kt는 이번 FA 시장에서 심우준과 엄상백이라는 두 굵직한 내부 FA가 있었다. 베테랑 우규민도 올해 불펜에서 핵심적인 몫을 한 만큼 분명 잡아야 할 선수였다. 내부 단속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다. 그런 가운데 이강철 kt 감독 또한 심우준의 가치를 인정하고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로 분류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심우준을 선택한 이유처럼, 이강철 감독 또한 작전과 기동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다. 심우준은 그 돌격 대장 중 하나였다. 이 감독은 심우준이 9번에서 출루할 때 팀의 빅이닝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에 kt도 심우준을 잡기 위한 전략을 짰으나 kt의 생각보다 시장은 더 뜨거웠다. 심우준을 영입한 한화는 물론, 시즌 중에도 심우준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였던 한 구단 또한 이번 FA 시장에서 심우준의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경쟁이 붙을 기미가 보이자 한화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금액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제시액은 kt의 준비 금액보다는 더 높았고, 결국 kt도 심우준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한화가 선발 투수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은 꾸준히 있었지만, 심우준 영입설이 나온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실제 한화는 FA 자격을 신청한 하주석, 올해 좋은 모습을 보인 황영묵, 수비력이 좋은 이도윤까지 유격수를 볼 수 있는 자원 자체는 적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심우준 영입이 중복 투자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2025년 신구장 개장에 맞춰 무조건 가을 야구에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맞춰 최근 FA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쓰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채은성 안치홍 류현진이라는 거물급 선수들이 차례로 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에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한화는 심우준까지 영입하며 내야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했다. 한화 내야는 좌측부터 노시환 심우준 안치홍 채은성이라는 올스타급 진용을 구축했다. 이중 노시환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모두 FA 이적생들이다.
▲ 심우준은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불러주셨으니 팀에서 원하는 수비와 주루에서 도움이 되면서 가을야구 넘어 우승까지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보다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곽혜미 기자
▲ 한화는 김경문 감독의 현장 의견을 경청하며 전력 보강에 나섰고, 현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심우준을 잡으면서 2025년 성적 올인에 대한 뜻을 분명히 했다. ⓒ 연합뉴스
심우준은 황영묵이나 이도윤보다 경험이 많고, 여기에 두 선수보다 빠르다는 차별성이 있다. 작전수행능력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 일단 당장의 성적이 더 급한 한화로서는 끌리는 즉시 전력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성적에 방점을 둔 FA 영입이라고 할 만하다.
반대로 kt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베테랑 김상수가 있지만 심우준이 제대한 이후로는 2루로 돌아갔다. 김상수가 다시 유격수 자리로 이동할 수도 있겠으나 전체적인 내야 선수층이 헐거워졌다. 이에 새로운 유격수를 키워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안았다. FA 이적인 만큼 보상도 관심이다. 심우준은 올해 FA B등급이었다. 규정상 kt는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1명에 전년도 연봉의 100%, 혹은 전년도 연봉의 200%를 받을 수 있다.
한화로서는 심우준이 영입된 만큼 25인 보호선수 명단을 짤 때 내야수들을 제외할 수도 있다. kt도 심우준이 빠진 상황에서 일단 내야 자원들을 눈여겨 볼 가능성이 있지만, 한화 젊은 투수들 또한 매력적인 자원들이 많기에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끝까지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심우준을 잡으면서 FA 자격을 신청한 하주석의 거취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황영묵 이도윤의 출전 시간이 아무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하주석까지 다시 데려간다면 이 또한 내야 교통 정리가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주석이 유격수가 필요한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 또한 이론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화로서는 남는 내야수를 트레이드 매물로 삼아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야를 보강하는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한화가 추가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FA 시장도 태풍이 지나갈 조짐이다. 최정과 심우준 모두 기존에 시장이 예상했던 금액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최정은 110억 모두를 보장 받았고, 심우준 또한 50억 원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을 받았다. 아무래도 증액된 샐러리캡 규정에서 각 구단들이 조금씩 더 여유가 생겼다는 추측이 있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증명이 되는 모양새다. 올해 FA로 나선 선수 중 포지션과 별개로 전반적인 팀 공헌도에서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은 이 심우준의 계약을 지랫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향후 FA가 되는 유격수들 또한 심우준 계약을 기준으로 삼을 전망이다. 당장 2025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을 박찬호(KIA)가 심우준보다는 더 높은 금액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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