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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다음, 송은범 아닌 이승민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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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본
KS4 ‘삼성의 선택’


원태인 이후 송으로 교체
구질 비슷하고 구속 더 떨어져
좌완 썼다면 결과 예측 불가

승리조 아낀 게 그나마 희망
욕심 버리면 ‘수’ 보일 수도

올해 한국시리즈 최고 빅매치로 기대됐던 지난 26일 대구 4차전은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마른 하늘 아래서 열린 KIA 제임스 네일과 삼성 원태인의 에이스 대결. 팽팽한 투수전이 될 것이라는 보편적 예상과 달리 삼성 마운드는 초반부터 흔들렸다. KIA가 9-2로 대승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정상 고지까지 1승을 남겼다. 두 팀은 휴식일을 하루 보내고 28일 광주로 돌아가 5차전을 벌인다.

스포츠 리얼리티 프로그램 최강야구(JTBC)의 몬스터즈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은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두 팀 관계자는 물론 야구팬도 한번쯤 다시 볼 만한 장면 몇 대목을 조명했다.

우선은 2.1이닝만에 조기 강판한 원태인의 공이 지난 22일 광주 1차전과는 달랐다는 점이다. 결정적 장면 하나는 1회 무사 1루에서 KIA 김선빈이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왼쪽 담장을 때리는 2루타로 원태인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김선빈한테 맞은 슬라이더가 꺾이지 않고 쓱 가운데로 밀려들어 갔다. (원태인 슬라이더가) 1차전 같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삼성이 우완 원태인에 이어 비슷한 유형의 송은범으로 바로 교체한 것을 한번 생각해볼 대목으로 봤다. “구질 자체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번째 투수인 송은범은 스피드가 더 떨어진다. 상대가 적응하기 편했을 수 있다”며 “반대로 좌완투수를 붙였으면 재미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은 송은범에 이어 좌완 이승민을 올렸다. 이승민은 1.1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줬지만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성 구원투수 이승민이 2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 4차전에 등판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다만 김성근 감독은 삼성 에이스 원태인이 계산을 크게 벗어나 조기에 무너진 상황에서 나온 삼성 벤치 움직임의 속뜻은 다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보였다. 김 감독은 “에이스 매치에서 선발투수가 맞아 나갈 때 다음 투수를 선택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점에서 다음 게임을 위해 투수를 아껴놓고 들어가자는 뜻이 있는 것일 수 있다”며 “삼성 시각에서 4차전 KIA 선발을 볼 때 3점을 주고 또 실점하면 어려운 경기였다. 어떻게 지든 1패는 1패다. 다음 경기 흐름까지 계산한 건지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삼성 전체 투수진 구성을 볼 때 벤치의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도 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투수(셋업맨 임창민, 마무리 김재윤)가 막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둘이 비슷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다만 이는 선수 구성의 문제로 벤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어찌 보면 그 자체가 삼성 전력이다. 그 전력 갖고 이 만큼 버티고 온 것도 대단한 일이다”고 말했다.

5차전 선발은 KIA 양현종과 삼성 이승현. 시리즈 흐름도 전력 우열도 KIA에게 기우는 매치다. 삼성은 4차전 대패 상황에서 주력 불펜투수들을 어느 정도 아낀 것이 5차전의 희망 중 하나다. 김성근 감독은 5차전 변수 하나로 삼성 벤치와 선수단의 마음가짐을 꼽았다.

김성근 감독은 이 대목에서 정규시즌을 19연승으로 마무리한 2009년 SK 사령탑 때 기억을 떠올렸다. “그해는 ‘이제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욕심내지 말자’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오히려 역으로 결과가 나왔다”며 “욕심을 부리지 않을 때 오히려 ‘수’가 보인다. 타자들은 오히려 그럴 때 타이밍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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