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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 살다가 처음으로 만화 같은 주인공 될 수 있을까?' 깁슨, 1988 WS서 끝내기 홈런 치고 절뚝거리며 베이스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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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 1988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1차전. 9회 말 LA 다저스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3-4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오클랜드 투수는 당대 최고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였다. 2사 후 대타 마이크 데이비스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토미 라소다 감독은 투수 타석 때 다리 부상으로 빠져 있던 커크 깁슨을 투입했다. 그에게 한 방을 기대한 것이다.

커크는 NLCS 5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데 이어 7차전에서는 2루로 슬라이딩하다 오른쪽 무릎까지 다치면서 정상적인 주루나 수비가 전혀 불가능했다. 타격을 한다 해도 전력으로 달릴 수 없었다. 장타가 나오지 않으면 1루에서 아웃될 수도 있었다.

깁슨 타석에서 데이비스가 2루 도루에 성공, 2사 2루가 됐다. 깁슨은 에커슬리와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볼카운트 3-2에서 에크슬리의 공을 툭 갖다댔다. 타구는 총알 같이 우측으로 날아가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만화 같은 역전 끝내기 투런포였다. 깁슨은 주먹을 불끈 쥐고 절뚝거리며 베이스를 돌았다. 라소다 감독은 어린 아이처럼 만세를 불렀고 다저스 팬들은 열광했다.

깁슨의 극적인 한 방으로 다저스는 기선을 잡고 우승까지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은 플레이오프 2차전서 2루 도루를 하다 다리를 다쳤다. 그는 후속타에 절뚝거리며 홈을 밟았다. 마치 깁슨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강렬하지는 않았다. 그저 단순한 1득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구자욱은 일본으로 날아가 치료를 받는 등 조기 복귀를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3, 4차전 결장에 이어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에도 나오지 못했다.

삼성은 2전 전패로 홈에서의 3, 4차전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구자욱이 빠진 삼성 타선은 이빨 빠진 사자와 같다. 그의 한 방이 절실하다..

KIA의 강타자 김도영이 한국시리즈 1차전 전날인 20일 밤잠을 설치며 침대에 누워서 3시간을 뜬 눈으로 보낸 뒤 "살면서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욱 역시 살면서 처음 절뚝거리며 홈을 밟았을 것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깁슨처럼 중요할 때 한 방을 친 후 절뚝거리며 베이스를 그라운드를 돌 수 있을까?

구자욱은 출전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빙의 승부처에서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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