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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호랑이와 사자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호랑이 불패 신화 이어질 것인지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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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왼쪽)과 삼성 박진만 감독. (광주=연합뉴스)



프로야구 원년 구단으로 전통의 명가를 자부하는 '호랑이' KIA 타이거즈와 '사자' 삼성 라이온즈는 밀림의 제왕이 누군지를 가리고자 가을 야구에서 자주 맞붙었다.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막을 올리는 대망의 2024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는 타이거즈와 라이온즈의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이자 1993년 이래 강산이 세 번 바뀌어 벌어지는 '클래식' 제전이다.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의 옛 지명 앞 글자를 따와 이번 시리즈를 '달빛 시리즈'로 부르기도 한다. 두 광역 자치단체는 '달빛 동맹'의 일환으로 여러 교류 사업을 벌이고 있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세 번 맞붙어 모두 이겼다. 타이거즈의 KS 11전 11승 불패 신화의 최대 희생양이 삼성이었다.

해태는 1986∼1987년 한국시리즈에서 연속으로 삼성과 격돌해 각각 4승 1패, 4승 무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해태는 여세를 몰아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를 4연패 해 KBO리그 역사에서 최초로 '왕조 시대'를 열었다.

삼성과 1993년에 벌인 한국시리즈는 타이거즈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리즈다.

광주와 대구에서 치른 4차전까지 해태는 삼성에 1승 1무 2패로 밀려 불패 신화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으나,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5∼7차전을 모두 잡아 4승 1무 2패로 전세를 뒤집고 축배를 들었다.

모기업이 해태에서 KIA로 바뀐 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2017년 두산 베어스를 제물로 샴페인을 터뜨렸던 타이거즈는 이제 KIA의 이름으로는 최초로 삼성과 우승을 놓고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삼성과 빙그레 이글스(한화의 전신)가 3번씩 한국시리즈에서 타이거즈에 무릎 꿇었고, LG 트윈스(전신 MBC 청룡 포함)가 두 번 타이거즈에 우승컵을 내줬다. 현대 유니콘스, SK, 두산은 한 번씩 타이거즈에 쓴맛을 봤다.

올해 7년 만에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투타 짜임새에서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서울=연합뉴스)

홈런 38개, 도루 40개, 타점 109개를 수확해 간판타자로 발돋움한 김도영을 필두로 '우승 청부사' 최형우, 나성범이 이끄는 타선은 화끈한 공격 야구를 주도한다.

제임스 네일, 양현종, 에릭 라우어에 윤영철, 김도현, 황동하가 가세한 선발 투수진은 1선발 투수 코너 시볼드의 합류가 좌절된 삼성보다 질과 양에서 모두 앞선다.

정규 시즌 후 약 20일간 푹 쉰 구원 투수진의 어깨도 싱싱하다.

삼성은 전력의 열세를 단기전 특유의 기세로 돌파할 참이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 1패로 따돌리고 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복귀했다.

어찌 보면 정규리그 2위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에 오른 게 당연한 결과이지만, 주포 구자욱이 왼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3∼4차전에 결장하고, 코너가 오른쪽 어깨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난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삼성은 마치 잔칫집 분위기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KIA의 전력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시리즈 진출로 사기가 충천한 선수들의 기세로 밀어붙이겠다고 출사표를 올렸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KIA의 안방인 광주에서 최대 5경기(1∼2차전, 5∼7차전), 삼성의 홈인 대구에서 2경기(3∼4차전)가 열린다.

규모가 작은 두 구장에서 열리기에 홈런이 두 팀의 명암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삼성은 정규 시즌에서 팀 홈런 1위(185개), KIA는 163개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삼성은 대구에서 전체 팀 홈런의 64%인 119방을 몰아쳤다. 대구에서는 올 시즌 전체 216개의 홈런이 터졌다. 광주에서는 152개의 홈런이 양산됐다.

삼성 마운드는 홈런을 많이 허용한 순위에서 1위(164개), KIA는 5위(141개)였다.

결국 경기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홈런의 향방이 시리즈 향방과 직결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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