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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믿었던 150km 마무리인데…롯데행 트레이드, 인생이 바뀔수 있는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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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두산은 지난 2022년 정규시즌을 9위로 씁쓸하게 마감했지만 분명한 수확도 하나 있었다. 바로 우완투수 정철원을 발굴한 것. 2018년 두산에 입단한 정철원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약 필승조의 일원이 된 정철원은 58경기에 나와 72⅔이닝을 던져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속 150km가 넘나드는 강속구에 배짱 있는 투구가 매력적이었다. 지난 해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면서 본격적인 성공 시대가 펼쳐지는 듯 했다.

두산에 새로 취임한 이승엽 감독은 정철원을 마무리투수로 활용하기도 했는데 정철원은 불안한 투구를 노출하며 끝내 홍건희와 임무를 교대해야 했다. 정철원이 지난 해 67경기에서 72⅔이닝을 던지며 남긴 성적은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지만 차세대 마무리로 성장하는데 있어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올해 이승엽 감독은 또 한번 정철원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겼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정철원은 구위가 하락한 모습을 보이며 구원 실패가 잦았고 4월 말까지 1승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결국 두산은 또 마무리투수 교체를 단행해야 했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정철원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정철원은 지난 해와 비교하면 구위가 좋지 않다. 구속이 아니라 회전 수가 좋지 않아 보인다. 중심에 맞는 공이 자꾸 나온다는 것은 공에 힘이 없다는 의미다"라면서 "구위를 찾아야 벤치의 믿음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회복해서 올라오라는 취지로 마음은 아프지만 내려보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철원은 끝내 마무리 보직을 되찾지 못했다. 마침 두산은 김택연, 최지강, 이병헌 등 젊은 불펜투수들이 급성장하면서 정철원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정철원이 올해 남긴 성적은 36경기 32⅓이닝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0이 전부였다.

▲ 정철원 ⓒ곽혜미 기자
▲ 양의지 정철원 ⓒ곽혜미 기자


이대로 두산에 남았다면 내년 시즌 전망도 불투명했을 상황. 그런데 롯데가 '러브콜'을 보냈다. 롯데는 불펜투수진 보강이 절실한 팀. 또한 정철원이 신인왕을 거머쥐었던 2022년 두산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사령탑은 다름 아닌 김태형 롯데 감독이었다. 정철원의 쓰임새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양팀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두산과 롯데가 22일 발표한 트레이드에는 정철원의 이름도 포함됐다. 두산이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내주면서 롯데로부터 외야수 김민석, 외야수 추재현, 우완투수 최우인을 영입하는 2대3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정철원에게 롯데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그 누구보다도 야구 인생의 굴곡이 심했던 정철원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날개를 펼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롯데는 FA 권리를 행사한 마무리투수 김원중과 셋업맨 구승민을 모두 눌러 앉혔지만 여전히 불펜투수진에 물음표가 붙은 팀이다. 올해 부상으로 부침이 있었던 최준용과 전미르도 내년에 얼마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지 지켜봐야 한다. 롯데가 1라운드 유망주인 김민석까지 내놓으면서 정철원을 영입했다는 것은 내년 시즌 1군 불펜투수로 활용하려는 계획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껏 트레이드를 통해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삼은 선수들이 여러 명 있었다. 정철원도 충분히 그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 우선 두산 시절보다 기회의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철원이 예전 구위를 회복해 자신감 넘치던 그때 그 모습을 재현한다면 내년에 롯데도, 정철원도 모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 김태형 롯데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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