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한번 버리고 오겠다" 한화 160㎞ 파이어볼러의 진심…한국 '기적의 도쿄행'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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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현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도쿄에 가게 된다면 가서도 또 열심히 팔 한번 버려보겠다."
한국야구대표팀 우완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한국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9-6 대역전승을 거뒀다. 6회초까지 0-6으로 끌려가며 탈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6회말 4점, 8회말 5점을 만회하면서 9-6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 2승2패로 3위에 올라 있다.
김서현은 1⅓이닝 무실점 역투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6회초 2사 3루 위기에서 조병현이 알렌 핸슨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얻어맞아 0-6까지 벌어진 상황. 한국은 긴급히 김서현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김서현은 2사 1루에서 켈빈 구티에레스와 승부할 때 포수 박동원이 2루를 훔치던 핸슨을 잡은 덕분에 빨리 흐름을 끊을 수 있었다. 김서현은 한국이 4-6으로 따라붙으며 분위기가 끓어오른 상황에서 7회초 마운드에 다시 섰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구티에레스를 투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안드레티 코레도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1루가 됐다. 래이너 누네스와 승부가 중요했는데, 김서현은 누네스를 6-4-3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도미니카공화국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놨다. 덕분에 최지민(⅓이닝)-박영현(1⅔이닝)까지 불펜진이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갈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치고 김서현은 입에 음식을 잔뜩 물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라커룸에서 걸어나왔다. 21살 어린 선수답게 그는 "고기를 좀 먹었다. 너무 배고팠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그만큼 자칫 탈락할 위기에서 전력투구를 펼쳤기에 체력 소모가 컸을 것이다.
김서현은 등판 상황과 관련해 "처음 올라갔을 때는 주자가 있어서 땅볼이나 뜬공을 생각하고 있었다. 주자가 도루를 했는데 (박동원) 선배님이 아웃을 잡아 주셔서 일단 진짜 운 좋게 넘어갔던 것 같다. 두 번째 이닝 때는 첫 타자를 투수 땅볼로 잡고 그 이후에 내 페이스를 좀 다시 찾았다. 잘 막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결과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 김서현 ⓒ 연합뉴스
▲ 한화 이글스 김서현 ⓒ 연합뉴스
후반 무실점 투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에는 "처음 올라갔을 때는 어떻게든 그 이닝을 막아서 타자들한테 도움을 줘 보자는 생각이었다. 다음 이닝에 올라왔을 때는 여기서 내가 점수를 안 줘야 그래도 조금 더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김서현은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해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한국에서는 이영하(2⅓이닝), 박영현(2⅔이닝), 유영찬(⅔이닝) 등과 함께 무실점 불펜 투수로 남아 있다. 한화에서 홀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김서현은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재능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즌을 다 치르고 출전하는 대회라 김서현의 구속은 시즌 때만큼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꾸준히 153㎞ 이상을 찍으면서 대표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강속구에 슬라이더도 매우 위력적이라 이번에 류중일 한국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김서현은 지난 15일 한일전에도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3-6 패배 속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 야구팬들은 김서현을 '탐나는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서현은 "일본 상대를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조금 힘이 들어간 것도 있었다. 오늘(16일)은 그래도 너무 힘이 들어간 것보다는 밸런스로 던져야 했다. 내가 세게 던지면 제구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밸런스 위주로 조금 많이 던졌던 것 같다. (일본 팬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일본프로야구에) 한번 갔다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국은 17일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일본과 대만의 경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저녁 일본-쿠바, 대만-호주의 경기가 열리는데, 일본과 대만이 승리하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탈락한다. 한국은 일단 현재 2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대만이 남은 2경기(호주, 쿠바)에서 모두 지길 빌면서 18일 호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3승2패로 대만을 앞설 수 있기 때문. 한국 선수들은 휴식일에 탈락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쿠바와 호주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김서현은 "경기가 하나 남아 있는데, 그 경기도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남은 경기 쥐어짠다는 생각으로 잘 막고, 좋은 기운으로 도쿄에 가게 된다면 가서도 또 열심히 팔 한번 버려 보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 김서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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