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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임찬규 충격의 조기 강판…'2→4→1⅔→3이닝' 韓 선발야구 붕괴,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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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선발야구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임찬규 ⓒ 연합뉴스
▲ 임찬규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야구는 선발투수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회다."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한국은 '2024 프리미어12'에 출전해 고전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경기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15일까지 3경기에서 1승2패에 그쳤다. 쿠바에 8-4로 이겼지만, 대만과 일본에 똑같이 3-6으로 패해 고개를 숙이면서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다. 슈퍼라운드는 조 1, 2위만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슈퍼라운드 진출 희망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선발투수 임찬규(LG 트윈스)가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도미니카공화국에 분위기를 넘겨줬다. 한국 타선은 도미니카공화국 선발투수 프랭클린 킬로메에게 5회 2사까지 퍼펙트 굴욕을 당하면서 한 점도 뽑지 못해 0-6으로 끌려가고 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류 감독은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를 꼽았다. 류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소집할 때부터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냉정히 현실을 짚었다. 기존 국가대표 에이스를 맡았던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부상으로 빠졌고, 대표팀 젊은 선발진의 핵심이었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박세웅(롯데 자이언츠)도 각각 부상과 군사훈련을 이유로 이탈하면서 선발 마운드가 많이 낮아진 게 사실이다.

류 감독은 상대적으로 강한 불펜의 힘으로 밀어붙여 보고자 했다. 박영현(kt 위즈) 김택연(두산 베어스) 정해영(KIA 타이거즈) 조병현(SSG 랜더스) 유영찬(LG 트윈스) 등 각 팀의 마무리투수들로 필승조를 꾸려 버텨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불펜 야구도 선발투수가 어느 정도는 버텨줬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13일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대만전 선발투수 고영표가 2이닝 6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면서 모든 계산이 꼬였다. 14일 쿠바전에서 곽빈이 그나마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긴 이닝을 버텼는데, 이날도 소형준(1⅔이닝)-곽도규(⅓이닝)-이영하(1이닝 1실점 비자책점)-김택연(0이닝 3실점)-정해영(1이닝)-박영현(1이닝)까지 불펜 6명을 소진했다.

15일 치른 한일전도 마찬가지. 한국은 5회초까지 3-2 리드를 잡고도 마운드가 버티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선발투수 최승용이 1⅔이닝 2실점에 그쳤고, 유영찬이 무려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큰 힘을 보탰으나 곽도규(⅓이닝 2실점)-이영하(1⅓이닝)-최지민(⅓이닝 1실점)-정해영(⅓이닝 1실점)-김서현(⅔이닝)-김택연(⅔이닝)까지 또 불펜 7명을 소진했다.

류 감독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앞서 "(임)찬규가 우리 계속 선발이 조금 빨리 무너지다 보니까. 중간에 계속 과부하가 걸린다. 찬규가 최대한 이닝을 좀 가야 한다. 지금 중간 투수가 3연투도 있고, 어제(15일)처럼 빡빡하면 고영표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 뭐 중간이 없고 자꾸 과부하가 걸리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불펜) 선수들이 자꾸 나가니까 선수들이 힘들다. (이번 대회는) 야구는 선발투수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회다. 우리가 KBO리그 144경기 할 때 선발 6~7명 보유한 팀이 이긴다"고 덧붙이며 임찬규는 호투를 펼치길 기대했다.

▲ 박동원(왼쪽)과 임찬규 배터리 ⓒ 연합뉴스
▲ 임찬규에게 홈런을 뺏고 기뻐하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선수들 ⓒ 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은 리카르도 세르페데스(중견수)-알렌 핸슨(2루수)-켈빈 구티에레스(3루수)-앤드레티 코데로(지명타자)-래이너 누네스(1루수)-아리스멘디 알칸타라(우익수)-루이스 미에세스(좌익수)-프랭크 로드리게스(포수)-마이클 데 레온(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임찬규에 맞섰다.

임찬규는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1회초 선두타자 세스페데스를 3루수 앞 내야안타로 내보낸 가운데 다음 타자 핸슨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 결과 핸슨의 번트안타가 인정되면서 무사 1, 2루로 상황이 바뀌었고, 구티에레스가 투수 땅볼로 출루하면서 1사 1, 3루가 됐다. 임찬규는 코데로와 누네스를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첫 실점 위기는 넘겼다.

2회초는 넘어가지 못했다. 알칸타라의 안타와 미에세스, 로드리게스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주자들은 2차례나 도루에 성공하면서 임찬규를 흔들었다. 임찬규가 데 레온을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울 때 3루주자 알칸타라가 득점해 0-1 선취점을 뺏겼지만, 세스페데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추가 실점은 막았다.

임찬규는 3회초 깔끔하게 삼자범퇴를 기록하면서 이제는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4회초 선두타자 누네스를 우중간 2루타로 내보내면서 한번 더 위기에 놓였다. 이어 알칸타라에게 우중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0-3까지 벌어졌다. 심각해진 한국 벤치는 급히 소형준으로 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15일 한일전을 마친 뒤 "일본 최고 투수(다카하시 히로토)의 공을 초반에 공략한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선발투수를 조금 더 키워야 한다. 일본 투수들은 중간 투수들이 정말 좋다. 오늘 8회에 나온 투수(후지히라 쇼마) 등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과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12 대회까지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발하며 '세대교체'로 방향을 잡았다. 분명 젊고 유망한 투수들은 많지만, 부상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국제대회에서 선발진을 이끌 확실한 에이스가 부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은 최근 3번의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느꼈던 일본 마운드의 높은 벽을 그저 부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이스급 선발투수를 키울 수 있도록 리그 차원에서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임찬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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