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선발 알려주면 나도…" 고영표만 홀랑 듣더니, 대만 감독 태도 돌변 황당하네[SPO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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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표 ⓒ곽혜미 기자
▲ 대만 쩡하오주 감독(왼쪽)과 한국 류중일 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한국 선발 알려주면 나도 알려줄게요."
쩡하오주 대만야구대표팀 감독은 12일 대만 타이베이 하워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B조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나 끝내 한국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KBO에 따르면 원래는 기자회견에서 첫 경기 선발투수를 공개하기로 약속됐는데, 대만 측에서 급작스럽게 선발투수 공개 행사를 취소하자고 했다.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국제대회를 이끈 베테랑이다. 대회 첫 공식기자회견에서는 당연히 첫 경기에 나설 선발투수를 발표하기에 "대만전 선발투수는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대만 측에서 그 시간을 일방적으로 없앤 것이다.
기자회견 자체가 대만의 프리미어12 대회 유치를 찬양하는 행사에 가깝기도 했다. 보통 대회 전날 각국 감독과 대표선수를 불러 기자회견을 할 때는 모든 참가국의 언어로 동시통역기 진행되고, 동시통역기 역시 지급된다. 그런데 '기자회견'이라 불린 이 행사는 진행자 홀로 영어로 짧게 통역을 진행했고, 뒤로 가면서는 짧게 하던 영어 통역마저도 실종된 채 대만 모국어로만 일방 소통을 했다.
'기자회견'이라면 당연히 기자의 질의 시간도 있어야 했는데, 질의 시간은 아예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대만야구협회 고위 인사들이 나와서 하는 인사말로 시간을 절반 이상 채우더니 정작 주인공이 돼야 할 각국 감독과 대표 선수들에게는 진행자가 질문 하나씩만 던지고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가장 중요한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을 영어로 통역하는 수고도 전혀 하지 않아 KBO 측에서 현지 통역의 도움을 빌려 대신 질문을 통역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한국과 대만, 쿠바, 도미니카공화국의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참석했다. 이들이 주인공이 돼야 할 행사에서 들러리로 전락했고, 기자회견 주최측은 이들을 계속 무대에 세워둔 뒤 대만야구협회 온갖 인사들을 무대로 올려 한동안 기념촬영을 하게 했다.
류 감독은 결국 단단히 뿔이 났다. 기자회견 직전까지 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타이베이돔 적응 훈련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빡빡하게 훈련을 지켜보다 움직여야 했기 때문. 그런데 기념촬영 들러리로 세웠으니 "이럴 거면 왜 불렀나"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무늬만 기자회견이었던 행사가 끝난 직후 한국 언론과 따로 1분 남짓 만나 "대만전 선발투수는 고영표(kt 위즈)"라고 발표했다. KBO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대만이 선발투수를 발표하지 않고, 우리만 먼저 발표해도 아무 상관 없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류 감독은 "고영표가 선발 등판한다. 일단 코치진 생각이 대만 팀 타자들 스윙이 밑으로 던지면 잘 못 칠 것 같다고 했다. 전력분석도 그렇고, 그래서 한번 고영표 선수로 정했다. 일단 선발이 4명밖에 없으니까. 고영표가 호주전에 들어가야 되니까. 두 번 던져야 되니까 그런 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가 13일 열리는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대만과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중책을 맡았다. ⓒ 연합뉴스
▲ 한국을 울렸던 대만 좌완 린위민 ⓒ 연합뉴스
쩡하오주 대만 감독은 류 감독과 마찬가지로 행사 뒤 대만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쩡하어주 감독은 한국전 선발투수를 공개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한국 선발투수를 알려주면 우리도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한국전 선발투수는 고영표"라고 말하며 대만 선발투수 공개를 요청하자 "정말 그런가? 우리는 공식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취재진으로선 황당한 태도였을 수밖에 없다.
엉성한 기자회견으로 감정이 상한 가운데 한국과 대만은 13일 타이베이돔에서 1라운드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고영표, 대만은 좌완 린위민이 선발 등판한다. WBSC측에서 기자회견이 끝나고 3시간여가 흐른 시점에 '대만 선발투수는 린위민'이라고 공지했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대만과 통산 42경기를 치르면서 26승16패를 기록했다.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대만에 0-7로 완패한 아픈 기억이 있고,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1승1패, 지난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에서는 6-1로 승리했다. 2019년 이후 4경기에서 2승2패로 팽팽하다.
류 감독은 "대만하고 성적이 조금 안 좋다. 작년 아시안게임부터 우리 국가대표가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2026년 WBC, 2028년 올림픽까지 대회를 바라보고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다들 잘하고 있고, 이번에도 젊은 선수들이 대회를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쩡하오주 감독은 "내일(13일) 첫 번째 승리가 중요하다. 반드시 첫 승리를 하고 싶다. 한 경기씩 승리하면 좋겠다.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챔피언이고, 2019년 제2회 대회에서는 일본에 석패해 준우승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제3회 대회 목표를 최소 슈퍼라운드 진출로 잡으면서 일본 도쿄돔으로 반드시 넘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1라운드 조별리그를 치르는 B조에 편성됐다. B조에는 한국, 일본, 대만,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호주 등이 편성됐다. B조 6개국 가운데 상위 2위 안에 들면 도쿄돔에서 열릴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4연전을 치른 뒤 하루를 쉬고 18일 호주와 오프닝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오프닝라운드 성적에 따라 19일 이동일의 행선지가 바뀐다.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 일본행, 탈락하면 한국행이다. 이번 프리미어12 경기는 SPOTV PRIME과 SPOTV NOW에서 생중계한다.
▲ 한국 류중일 감독(왼쪽)과 대만 쩡하오주 감독 ⓒ 연합뉴스
▶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 대만 일정(한국시간)
12일 훈련 및 공식 기자회견
13일 오후 7시 30분 대만전(원정)
14일 오후 7시 쿠바전(홈)
15일 오후 7시 일본전(원정)
16일 오후 7시 30분 도미니카공화국전(홈)
17일 휴식일
18일 오후 1시 호주전(홈)
19일 이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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