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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지하 10층서 시작했는데"...소방수에서 3연패 이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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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판곤(가운데) 감독. 뉴스1
"26년간의 지도자 생활을 돌아보면 지하 10층에서 시작한 것 같다. 이번 우승은 상당히 영광스럽다."

시즌 도중 '소방수'로 투입돼 우승까지 일군 김판곤 울산 HD 감독은 26년 지도자 생활 중 최고의 순간을 누렸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1~6위) 36라운드 홈경기에서 루빅손과 주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강원FC를 2-1로 물리쳤다. 승점 3을 추가한 울산(승점 68)은 2위 강원(승점 61)과의 격차를 승점 7로 벌리며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울산은 이로써 지난 2022시즌부터 3년 연속이자 통산 5번째 K리그1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K리그 3회 연속 우승은 성남 일화(1993~95년, 2001~03년 2회 이상 2회)와 전북 현대(2017~21년)에 이어 울산이 역대 3번째다. 김 감독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축하한다"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침착하게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판곤 감독은 데뷔 3개월여 만에 '우승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은 또 1996년 선수로, 28년이 지난 2024년에는 사령탑으로 울산의 우승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김 감독은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울산에서 불러준 것 자체가 감사하다. 좋은 스쿼드의 선수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겐 영광"이라면서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팀에서 중압감도 컸는데, 정말 기쁘다. 선수들과 코치진, 지원 스태프, 구단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결승골을 터뜨린 주민규(왼쪽)를 격려하는 김판곤 감독. 연합뉴스
그는 "처음엔 기대도 되고 자신감도 넘치고 선수들과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좋은 면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4위로 시작해서 선두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고 어려운 경험을 했다"고 울산에서의 시간을 되짚었다. 특히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지난 한 달 정도는 아침에 '내가 무슨 선택을 한 건가, 잘못된 선택을 했나, 왜 어려운 선택을 했을까' 후회도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결국은 스스로 싸워서 이겨내야 했는데,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신뢰해주고 따라줘서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김 감독은 "처음 와보니 전임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놨더라. 선수들 성품이 좋고 직업 정신이나 팀 정신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안정되어 있어서 제가 손댈 것이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술적으로 이대로 가야 할지, 내 색깔을 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내 색깔대로 가겠다고 결단할 때는 힘들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다른 경기 접근 방식으로 혼란스러웠을 텐데, 의심에서 시작해 확신과 흥미를 가져주는 과정이 행복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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