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 든 오타니, 고교 시절 꿈 다 이뤘다
본문
다저스, MLB 월드시리즈 우승
고액 연봉지급유예 감수하고
시즌 초 통역사 스캔들에도
50홈런-50도루로 가치 증명
어깨 부상에도 동료 다독이며
분위기메이커 역할 톡톡히 해
신문 호외 발행 등 日열도 흥분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30일(현지시간)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라커룸에서 팀 동료들과 맥주를 뿌리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홈런왕, 최우수선수(MVP) 그리고 최고 몸값까지. 야구를 위해 태어난 남자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그토록 찾고 바랐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채워졌다. 바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평소 입에도 대지 않던 샴페인 샤워에도 행복해한 오타니는 "최고의 1년이었다"며 크게 기뻐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MLB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7대6으로 잡아낸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4년 만에 커미셔너스 트로피(우승컵)를 들어올렸다. 시리즈 1~4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냈던 LA 다저스의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가장 화끈한 타력을 자랑하면서 다저스의 정상을 이끈 오타니를 향한 시선이 단연 가장 뜨거웠다. 미국 ESPN은 '인생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뜻하는 '일기일회(一期一會)'를 언급하면서 "오타니가 일생일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평가했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오타니에겐 역사적인 2024시즌이었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오타니의 꿈이 이뤄졌다. 그는 고교 시절 18세부터 42세까지 인생 목표를 세운 것 중에 하나로 '26세에 LA 다저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것'을 적었다. 오타니가 26세였던 시기는 2020년. 공교롭게 그해 다저스가 정말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목표 달성 시점은 늦어졌지만 그는 어린 시절 노모 히데오를 보면서 뛰고 싶었던 다저스에서 첫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계획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이를 달성해내고야 마는 오타니는 2018년 MLB 진출 후에도 많은 것을 이뤘다. 일본에서 해왔던 투수와 타자 겸업을 MLB에서도 그대로 수행했고, 지난해 한 시즌 10승·40홈런을 달성했다. 아메리칸리그 MVP도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차지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로도 나서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다.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은 쉽지 않았다. 월드시리즈는커녕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LA 에인절스에서 뛰면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12월 자유계약(FA) 선수 신분이 된 오타니는 모험을 감행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이 가능한 팀을 노렸고, 그때 LA 다저스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12월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총액 7억달러(약 9600억원)에 10년 계약했다.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계약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기꺼이 희생도 감수했다. 10년의 계약 기간 동안 해마다 200만달러씩만 받고 나머지 6억8000만달러는 계약 기간 이후 나눠 받는 연봉지급유예 계약을 했다. 자신이 연봉을 덜 받는 대신 그 돈으로 다른 우수한 자원을 영입하도록 도운 것이다. 이 덕분에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 등 투수 자원을 영입할 수 있었다. 오타니는 "지금은 조금 덜 받더라도 구단의 재정 문제가 유연해진다면 괜찮다"면서 "다저스 구단과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겠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100%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즌 도중 팔꿈치 수술로 올해 타격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월에는 연인 다나카 마미코와 깜짝 결혼 발표도 했다. 그러나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개막전 기간, 전속 통역사로 함께 일했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스캔들이 터져 마음고생을 했다. 시즌 초에는 41타석 연속 무홈런 등 부진도 겪었다.
그러나 5월 이후 서서히 방망이가 불붙고, 도루 능력도 선보이더니 지난달 MLB 최초 단일 시즌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달성했다. 내셔널리그 전체 홈런 1위(54개)에도 오른 오타니는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이끌고 생애 첫 MLB 포스트시즌 출전 기회를 잡았다.
첫 월드시리즈는 쉽지 않았다. 2차전 도중 도루를 하다 어깨를 다쳤다. 타율 0.105(19타수 2안타)에 그치는 등 기대했던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타니는 경기장 바깥에서 팀 동료들을 독려하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그는 팀 동료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영어로 "나는 괜찮다"는 메시지로 자신을 걱정하던 동료들을 다독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는 우리를 위해 헌신했다. 한 팔로 뛰면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오타니는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 꿈을 이루면서도 "팀 동료들 덕분에 우승한 것"이라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그는 "첫해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경험은 엄청난 영광이다.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힘으로 이겨냈다. 이런 팀의 일원이라는 게 영광스럽다"며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오타니의 월드시리즈 첫 우승은 일본 열도도 흥분시켰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우승 소식을 담은 호외를 발행했다. 주요 언론 대부분은 다저스의 우승 소식을 속보로 띄우며 자세한 소식을 전했다.
도쿄 시부야와 신주쿠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스포츠바 등에서는 오전부터 밀집해 다저스를 응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타니가 고교 시절까지 자란 고향인 이와테현 오슈시에서는 이날 시청과 문화회관 등에 열렬한 단체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오슈시는 오타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대대적인 파티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오타니가 광고 모델을 맡은 시계 브랜드 세이코, 녹차음료 이토엔, 화장품 브랜드 데코르테 등은 우승 이벤트를 준비하고 나섰다. 밀려드는 우승 축하 광고로 언론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다. 미국 ESPN에 따르면 월드시리즈 1~2차전의 일본 평균 시청자 수는 1515만명으로 미국의 1455만명보다 많았다.
[김지한 기자 / 도쿄 이승훈 기자]
고액 연봉지급유예 감수하고
시즌 초 통역사 스캔들에도
50홈런-50도루로 가치 증명
어깨 부상에도 동료 다독이며
분위기메이커 역할 톡톡히 해
신문 호외 발행 등 日열도 흥분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30일(현지시간)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라커룸에서 팀 동료들과 맥주를 뿌리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홈런왕, 최우수선수(MVP) 그리고 최고 몸값까지. 야구를 위해 태어난 남자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그토록 찾고 바랐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채워졌다. 바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평소 입에도 대지 않던 샴페인 샤워에도 행복해한 오타니는 "최고의 1년이었다"며 크게 기뻐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MLB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7대6으로 잡아낸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4년 만에 커미셔너스 트로피(우승컵)를 들어올렸다. 시리즈 1~4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냈던 LA 다저스의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가장 화끈한 타력을 자랑하면서 다저스의 정상을 이끈 오타니를 향한 시선이 단연 가장 뜨거웠다. 미국 ESPN은 '인생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뜻하는 '일기일회(一期一會)'를 언급하면서 "오타니가 일생일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평가했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오타니에겐 역사적인 2024시즌이었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오타니의 꿈이 이뤄졌다. 그는 고교 시절 18세부터 42세까지 인생 목표를 세운 것 중에 하나로 '26세에 LA 다저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것'을 적었다. 오타니가 26세였던 시기는 2020년. 공교롭게 그해 다저스가 정말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목표 달성 시점은 늦어졌지만 그는 어린 시절 노모 히데오를 보면서 뛰고 싶었던 다저스에서 첫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계획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이를 달성해내고야 마는 오타니는 2018년 MLB 진출 후에도 많은 것을 이뤘다. 일본에서 해왔던 투수와 타자 겸업을 MLB에서도 그대로 수행했고, 지난해 한 시즌 10승·40홈런을 달성했다. 아메리칸리그 MVP도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차지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로도 나서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다.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은 쉽지 않았다. 월드시리즈는커녕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LA 에인절스에서 뛰면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12월 자유계약(FA) 선수 신분이 된 오타니는 모험을 감행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이 가능한 팀을 노렸고, 그때 LA 다저스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12월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총액 7억달러(약 9600억원)에 10년 계약했다.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계약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기꺼이 희생도 감수했다. 10년의 계약 기간 동안 해마다 200만달러씩만 받고 나머지 6억8000만달러는 계약 기간 이후 나눠 받는 연봉지급유예 계약을 했다. 자신이 연봉을 덜 받는 대신 그 돈으로 다른 우수한 자원을 영입하도록 도운 것이다. 이 덕분에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 등 투수 자원을 영입할 수 있었다. 오타니는 "지금은 조금 덜 받더라도 구단의 재정 문제가 유연해진다면 괜찮다"면서 "다저스 구단과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겠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100%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즌 도중 팔꿈치 수술로 올해 타격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월에는 연인 다나카 마미코와 깜짝 결혼 발표도 했다. 그러나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개막전 기간, 전속 통역사로 함께 일했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스캔들이 터져 마음고생을 했다. 시즌 초에는 41타석 연속 무홈런 등 부진도 겪었다.
그러나 5월 이후 서서히 방망이가 불붙고, 도루 능력도 선보이더니 지난달 MLB 최초 단일 시즌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달성했다. 내셔널리그 전체 홈런 1위(54개)에도 오른 오타니는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이끌고 생애 첫 MLB 포스트시즌 출전 기회를 잡았다.
첫 월드시리즈는 쉽지 않았다. 2차전 도중 도루를 하다 어깨를 다쳤다. 타율 0.105(19타수 2안타)에 그치는 등 기대했던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타니는 경기장 바깥에서 팀 동료들을 독려하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그는 팀 동료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영어로 "나는 괜찮다"는 메시지로 자신을 걱정하던 동료들을 다독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는 우리를 위해 헌신했다. 한 팔로 뛰면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오타니는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 꿈을 이루면서도 "팀 동료들 덕분에 우승한 것"이라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그는 "첫해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경험은 엄청난 영광이다.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힘으로 이겨냈다. 이런 팀의 일원이라는 게 영광스럽다"며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오타니의 월드시리즈 첫 우승은 일본 열도도 흥분시켰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우승 소식을 담은 호외를 발행했다. 주요 언론 대부분은 다저스의 우승 소식을 속보로 띄우며 자세한 소식을 전했다.
도쿄 시부야와 신주쿠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스포츠바 등에서는 오전부터 밀집해 다저스를 응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타니가 고교 시절까지 자란 고향인 이와테현 오슈시에서는 이날 시청과 문화회관 등에 열렬한 단체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오슈시는 오타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대대적인 파티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오타니가 광고 모델을 맡은 시계 브랜드 세이코, 녹차음료 이토엔, 화장품 브랜드 데코르테 등은 우승 이벤트를 준비하고 나섰다. 밀려드는 우승 축하 광고로 언론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다. 미국 ESPN에 따르면 월드시리즈 1~2차전의 일본 평균 시청자 수는 1515만명으로 미국의 1455만명보다 많았다.
[김지한 기자 / 도쿄 이승훈 기자]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