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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투 페이스였는데, 5이닝 무실점으로…"시작 말았어야 할 경기" 원태인 카드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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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태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4)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원태인은 5회까지 완벽투를 펼쳤다.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66개에 불과했다. 완투도 가능했다. 하지만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서스펜디드 선언되면서 원태인이 1차전에 공을 던지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가운데 취재진과 만난 박진만 감독은 "시즌 중에도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당황스럽다. 시즌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지금은 훨씬 기상과 관련된 정보가 잘 갖춰져 있다. 경기를 시작할 때도 걱정이었다. 선발 투수를 쓰고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발생했다. 많이 아쉽다. 원태인이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는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경기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경기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고, 다음날까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KBO는 경기를 강행했고 결국 사상 초유의 한국시리즈 우천 서스펜디드 사태를 초래했다. 그리고 삼성은 가장 강력한 카드인 원태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더욱이 삼성은 6회초 김헌곤의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고 무사 1,2루 찬스까지 만들었다. 다득점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흐름까지 끊겼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했지만, 원태인은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원태인은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28경기에서 159⅔이닝을 소화했고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다승왕에 오르며 삼성을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우뚝 섰다. 삼성은 시리즈 향방을 가를 수 있는 1차전에 가장 강력한 카드인 원태인을 출격시켰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72.5%(40회 중 29회)에 달한다. 그만큼 삼성은 원태인의 호투가 절실했다.

박진만 감독도 경기 전 "원태인이 최대한 길게 던져줬으면 좋겠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을 한다. 투구 수는 100개에서 110개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며 원태인의 호투를 기원했다. 원태인은 지난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동안 총 104개의 공을 던지면서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원태인은 프로 통산 KIA전에 20경기(선발 18경기)에 등판해 105이닝을 책임졌다. 5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2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했고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25으로 선방했다.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 5월 8일 KIA전에는 6이닝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9월 1일에는 6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을 앞둔 원태인은 "지금까지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국내 선발 투수들이 이끌었다. 나도 열심히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긴장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부담감도 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했듯이 긴장은 되겠지만 즐기면서 하려 한다. 그렇다면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KIA 타선에 대해서는 "정말 좋은 팀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전력분석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도 타격 사이클이 잠시 떨어졌는데 다시 올라올 거라 믿는다. 우리 삼성도 타선이 좋은 팀이다. 선발 투수들이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끌어줘야 더 타이트한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활약을 다짐했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그리고 원태인은 자신의 바람대로 공을 던졌다. 1회말은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원태인은 선두타자 원태인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침착하게 포구한 후 1루로 뿌려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후속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좌익수 파울플라이, 김도영까지 3루 땅볼 처리하고 기분 좋게 경기 시작을 알렸다.

2회말에는 위기를 맞았다. 원태인은 선두타자 최형우를 2루 플라이로 잡아냈고 나성범에게는 삼진을 솎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그런데 김선빈에게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다. 비디오 판독 끝에 3루타로 인정이 됐다.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원태인은 최원준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말에도 원태인은 KIA의 화력을 짓눌렀다. 선두타자 김태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서건창에게 희생번트를 내줘 1사 2루 실점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원태인은 박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소크라테스까지 2루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원태인은 4회말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으나 위기 상황을 잘 넘겼다.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준 원태인은 최형우를 유격수 플라이, 나성범을 삼진 처리했다. 김선빈에게 볼넷으 내줘 2사 1,2루에 처했지만, 원태인은 최원준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큰 위기를 넘긴 원태인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5회말에도 원태인은 위력적이었다. 선두타자 김태군을 3루 땅볼로 잡아낸 원태인은 서건창을 투수 앞 땅볼, 박찬호까지 우익수 플라이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 김헌곤 ⓒ곽혜미 기자


6회초 김헌곤이 KIA 선발 제임스 네일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원태인에게 1-0 리드를 안겼다. 계속해서 르윈 디아즈가 네일에게 볼넷으로 출루했고, 강민호가 바뀐 투수 장현식에게 볼넷을 얻어 무사 1,2루 찬스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KBO는 서스펜디드를 선언했다. 그렇게 원태인의 첫 한국시리즈 등판도 아쉬움 속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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