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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방출→ML 13승 기적→충격 PS 엔트리 탈락' 그런데 기사회생했다…"1년 내내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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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벤 라이블리
▲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벤 라이블리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벤 라이블리는 1년 내내 우리에게 경이로운 존재였다. 엄청나게 꾸준했다."

스티븐 보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감독이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엄청난 칭찬과 함께 탈락시킨 투수가 있었다. KBO 방출생 출신 우완 벤 라이블리(32)가 주인공이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뛰었던 그 라이블리가 맞다. 라이블리는 KBO리그에서 3시즌 통산 36경기, 10승12패, 202⅓이닝,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하고 짐을 쌌다. 2021년 시즌 6경기 만에 어깨 통증으로 이탈해 방출됐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거로 커리어를 이어 가고 있었다.

라이블리에게 올해는 천운이 따르는 한 해였다. 지난겨울 클리블랜드는 라이블리를 롱릴리프 요원 정도로 분류해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4월 클리블랜드 에이스 셰인 비버가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기회의 문이 열렸다. 마침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던 트리스턴 맥켄지와 로건 앨런이 나란히 고전하고 있었다. 보트 감독이 고심 끝에 라이블리에게 갑작스럽게 선발 임무를 맡긴 배경이다.

기회를 얻은 라이블리는 펄펄 날았다.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10패, 151이닝, 118탈삼진, 평균자책점 3.81로 활약했다. 비버가 이탈하면서 에이스를 맡은 태너 바이비(12승)와 함께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며 팀 내 다승 1위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이닝은 바이비(173⅔이닝)에 이어 팀 내 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공헌도가 높은 투수였는데, 보트 감독은 라이블리를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해 충격을 안겼다. 클리블랜드는 올해 라이블리가 13승을 안기지 않았더라면 가을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 무대에서는 구위로 타자를 누르는 힘이 중요했다. 보트 감독은 라이블리의 구위가 정규시즌에는 어느 정도 통했어도 포스트시즌에는 힘들 것으로 바라보고 과감히 명단에서 지웠다.

▲ 삼성 라이온즈 시절 라이블리. 메이저리그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 ⓒ곽혜미 기자
▲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벤 라이블리


보트 감독은 라이블리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탈락시켰을 당시 "라이블리는 1년 내내 경이로웠고, 엄청나게 꾸준했다. 시리즈와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다. 라이블리를 제외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라이블리는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렸을 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라며 선수가 팀의 결정을 이해하고 따라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보트 감독은 이내 결정을 번복해야 했다. 포스트시즌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알렉스 콥이 왼쪽 등 부상으로 시즌을 접게 됐기 때문. 보트 감독은 고심 끝에 불펜과 선발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라이블리로 콥의 빈자리를 채웠다.
보트 감독은 16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이블리는 불펜으로 등판할 수도 있고, 추후에는 선발투수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3~5차전을 치를 때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블리는 우리 팀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라이블리는 스트라이크존을 공격할 줄 알고, 스트라이크를 던진다. 또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능력도 있다. 1년 내내 라이블리와 함께하며 지켜봤다. 우리는 그를 믿는다. 그가 있어 좋다. 라이블리가 등판해서 타자들과 싸워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안길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이며 힘을 실어줬다.

라이블리는 팀이 2-6으로 끌려가던 7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투수로 구원 등판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였다. 첫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공 2개로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끊었다.

라이블리는 8회말에도 투구를 이어 갔다. 선두타자 재즈 치좀 주니어를 2루수 땅볼로 잘 돌려세웠는데, 다음 타자 앤서니 볼피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앤서니 리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2사 1루가 됐는데, 알렉스 버두고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 2루가 됐다. 실점 위기에서 라이블리는 이날 3안타를 생산했던 뜨거운 타자 글레이버 토레스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임무를 마쳤다.

라이블리는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은 잘 마무리했지만, 팀의 3-6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라이블리는 공 26개를 던지면서 직구(11개), 싱커(9개), 체인지업(5개), 슬라이더(1개)를 섞었다. 싱커 최고 구속은 92.6마일(약 149㎞), 직구 최고 구속은 91.7마일(약 148㎞)로 공은 빠르지 않았으나 공격적인 투구가 주효했다. 26구 가운데 17구가 스트라이크였다.

정규시즌 빼어난 활약에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던 라이블리는 동료의 부상으로 기사회생하는 드라마와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라이블리는 클리블랜드와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이뤄내며 올 한해를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까.

▲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벤 라이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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