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10년차 베테랑' 이재성의 직언 "선수들 노력만큼 좋은 잔디 만드는 게 어른들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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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부드럽지만 강한 심지를 지닌 이재성은 대표팀이 더 이상 잔디 문제로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4차전을 치러 이라크에 3-2로 이겼다. 이 승리로 한국은 조 1위(승점 10)를 굳건히 했다.

대표팀에서 이재성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위치해 공격을 원활하게 만드는 동시에 상대 수비에 곤란을 안기는 역할을 맡는다. 간결한 연계로 자신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공격수가 더 좋은 기회를 맡게끔 만든다. 또한 수비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 공격이 빠르게 나가지 않도록 지연시킨다.

이재성(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평소 '언성 히어로'에 가까운 이재성은 이날 주인공이 됐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29분 문선민의 컷백이 수비를 맞고 나오자 집중력 있게 달려들어 공을 따낸 후 곧바로 중앙에 건넸다. 이를 오현규가 골문 안으로 밀어넣으며 한국이 다시 앞서나갔다.

승리를 결정지은 선수도 이재성이었다. 후반 38분 이명재가 상대 수비를 벗겨내고 올린 크로스를 이재성이 수비 뒤에서 앞으로 돌아나오며 다이빙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 덕에 후반 추가시간 실점에도 한국이 3-2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재성은 이번 경기에서 빛날 선수로 자신이 아닌 젊은 선수들을 지목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국 축구팬들 앞에 승리를 선물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무엇보다도 이번 소집은 어린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 큰 의미가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2연전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찾았고, 경기력도 좋아 앞으로 최종 예선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아까도 말했듯 어린 선수들도 경험을 쌓아 자신감 있게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오른쪽,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배준호와 엄지성 같이 후배들을 볼 때 느끼는 기분에 대해서는 "승리만큼 뜻깊은 활약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해내는 모습이 훌륭했다"라며 "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벌써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 기대되고, 이 선수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라는 덕담을 남겼다.

이재성의 겸손한 인터뷰는 계속됐다. 과소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나는 내가 과소평가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이다.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고, 다른 선수들은 그 위치에서 그들의 장점을 펼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0번이라는 등번호에 대해서도 영광이라고 말하는 것과 함께 "어쩌면 이 다음에 10번을 받는 선수가 더 편안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실력을 낮춰 이야기했다.

이재성은 손흥민이 함께하지 못한 이번 대표팀의 실질적인 기둥이었다. 나이가 더 많은 선수도 일부 있었지만 2015년에 대표팀에 승선해 어느덧 10년차 베테랑이 된 이재성의 존재는 대표팀이 10월 A매치 2연승을 내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용인미르스타디움 전경. 서형권 기자

이조차 이재성은 손흥민의 위대함으로 돌리는 겸양을 발휘했다. "(손)흥민이가 없어서 많이 부담된 건 사실이다. 흥민이가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했고, 나도 흥민이에게 많이 의지했다. 이번 소집에서 그 빈자리를 실감했다"라며 "그래도 흥민이가 계속 대표팀을 응원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다. 주장 완장을 대신 찬 (김)민재도 주장 경험을 통해 대표팀을 이끌어 나가는 데 중요한 경험을 했다"라며 현재 대표팀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두 선수를 칭찬했다.

그런 이재성이기에 잔디에 대한 직언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9월 A매치 팔레스타인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상태가 심각했고, 손흥민 등 주요 선수들이 모두 잔디 상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접근성 등 단점에도 수도권에서 잔디가 가장 양호한 용인미르스타디움을 10월 A매치 개최 장소로 선정해 이라크전을 치렀다.

이재성은 앞으로 홈구장에서 잔디 관리가 꾸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디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지난 경기보다는 많이 만족스러웠다"라며 "잔디는 우리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앞으로 경기를 치러나가야 한다. 많은 분들이 신경을 써주셔야 한다. 환경이 좋아져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 선수들이 노력하는 만큼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라며 축구협회 등 관련 기관과 인사들이 잔디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함을 지적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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