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이 불안할 때, 하수·중수·고수는 이렇게 한다…LG는 그걸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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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트윈스가 2023년 통합 우승 때보다 더 빠른 페이스로 승수를 쌓고 있다. 2023년에는 첫 11경기에서 7승 4패로 공동 2위였고, 10승은 15경기 NC에 이어 16경기 만에, 두 번째로 채웠다. 올해는 단 11경기 만에 10승이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의 불펜 불안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었지만 LG는 다양한 방법으로 약점을 극복하며 10승에 선착했다. 하수, 중수, 고수의 면모가 모두 보였다.
하수 - 불펜을 보강한다
하수라고 표현은 했지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자 기초부터 탄탄히 쌓는 방법이다. 물론 LG도 이 선택부터 했다. FA 불펜투수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던 장현식을 4년 52억 원 전액 보장 계약으로 붙잡았다. FA 불펜투수 영입 때는 성적 인센티브라는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지만 LG 차명석 단장은 "인센티브는 잘하면 다 가져간다. 잘하라고 데려오는 것"이라며 장현식을 믿었다.
장현식 영입에서 불펜 보강을 마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함덕주와 유영찬의 부상 이탈로 C등급 FA로 보상선수 이탈 우려가 없는 김강률을 잡았고, 또 방출로 무적 상태였던 심창민을 영입하면서 필승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쌓아뒀다.
외부 영입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마무리 훈련부터 기존 불펜진의 기량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박명근(4경기)과 이우찬(3경기), 우강훈(3경기)은 아직 실점이 없다. 신인 김영우도 3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수 - 선발을 강화한다
불펜이 강해져야만 뒷문이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선발투수가 더 많은 이닝을 더 잘 막아낸다면 필승조의 숫자가 적더라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셋업맨과 마무리투수만으로 우승한 사례도 있다. 2009년 KIA 타이거즈의 손영민-곽정철-유도훈이 그랬다. 두산은 2016년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구원투수를 이용찬과 이현승 단 2명만 투입했다.
LG의 올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이하 QS+) 기록은 그래서 주목해야 한다. LG 선발진은 지난해에도 리그 상위권에 속했지만 올해 초반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강했다. 특급 에이스는 없어도 1선발부터 5선발까지 준수한 투수로 채워져 늘 싸워볼 만한 경기를 했다. 올해는 선발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퀄리티스타트가 7번이고, 이 가운데 QS+는 5번이다. 지난해 1년을 통틀어 12번이었던 QS+가 올해는 11경기 만에 작년의 41.7%다. LG의 QS+를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지금이 4월 중순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데 있다. 선발투수 중에는 개막 후 1~2번째 등판까지는 마지막 빌드업 과정으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시즌 초반부터 7이닝 이상 던지는 사례를 자주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올해는 3월말 개막이라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LG는 개막 후 첫 5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전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초반 스퍼트에 앞장섰다.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열린 뒤부터 지난해까지 개막 후 11경기 만에 5번의 QS+를 기록한 팀은 2017년 KIA 뿐이었다. 이때는 팀당 12차례 시범경기를 거쳐 3월 31일 개막했다. 올해는 10차례 시범경기 후 3월 22일 개막전이 펼쳐졌다. LG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여건에서 비슷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고수 - 후반에 점수를 더 낸다
야구는 상대 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목이다. 고수는 막아서 이겨야 한다는 통념에 매달리지 않는다. 후반에 점수를 더 내버리면 그만이다. 상대의 사기를 꺾는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1점 이상의 타격을 줄 수도 있다.
LG는 개막 후 첫 11경기에서 7~9회에 가장 강했다. 7~9회 팀 타율이 무려 0.327, OPS는 0.897에 달한다. 모두 리그 1위 기록이다. 이닝별 평균 득점이 8회 1.55점으로 가장 많고, 7회가 1.18점으로 그 다음이다. 1~3회는 타율 0.307(1위) OPS 0.846(3위), 4~6회는 타율 0.240(6위) OPS 0.785(3위)다. 경기 초반에도 강하고 중반에도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그래도 후반이 더 좋았다.
10승을 쌓는 동안 팀 전체 세이브가 단 3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9회 3점 이내 1이닝 투구'라는 가장 보편적인 상황에서 나온 세이브는 단 하나 뿐이다. 지난달 27일 한화전에서 김강률이 기록한 것이 전부다.
나머지 두 개의 세이브는 후반 박명근은 4월 3일 kt를 상대로 8회말 2사 후 위기를 막고 4아웃 세이브를 기록했으나 등판 시점에서 점수 차는 4점이었다. 여기서 2점은 8회초에 뽑은 점수다.
이지강은 지난달 28일 NC전에서 8회 5-4 리드를 지켰고, 팀이 9회 3점을 더 뽑자 마무리에게 공을 넘기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2이닝 세이브지만 최종 점수 차는 4점이었다. 덕분에 새 마무리 장현식은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뒤 2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아직 세이브 상황에서 올라온 적은 없었다. 세이브 상황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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