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미남 공격수 잭 그릴리시가 16개월 만에 기록한 프리미어리그 골을 25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동생에게 바쳤다.
그릴리시는 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득점하며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박스 안 측면에서 공을 지켜낸 사비우가 박스 안으로 컷백 패스를 건냈고, 아무런 압박을 받지 않던 그릴리시가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팀의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 골은 그릴리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16개월 만에 기록한 득점이었다. 그릴리쉬는 이번 시즌 대부분 벤치에서 시간을 보냈으나, 이날 경기에서 MOM(최우수선수)급 활약을 펼치며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에 힘을 보탰다.
경기 직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그릴리시는 이번 골이 단순한 득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그는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내 동생이 오늘로부터 25년 전 세상을 떠났다. 우리 가족에게 이 날은 항상 힘든 날이다"라며 "부모님이 오늘 경기장에 오셨는데, 득점을 하고 승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라며 가슴 아픈 사연을 밝혔다.
영국 대중지 '더선'에 따르면, 그릴리쉬의 동생 키란 그릴리시는 2000년 4월, 생후 9개월 만에 영아 돌연사 증후군(SIDS)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네 살이었던 잭 그릴리쉬는 지금도 동생을 잊지 못하며 종종 경기장에서 그를 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3-2014시즌 노츠 카운티에서 프로 데뷔골을 넣었을 때도 동생에게 골을 헌정한 바 있으며, 2018년 11월 애스턴 빌라 시절에도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 득점한 후 동생을 기리는 세리머니를 했다.그는 이날 경기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늘 내 곁에 있는 존재, 특히 오늘 같은 날 더 그리운 너에게"라는 글과 함께 키란의 묘비 사진을 올려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릴리시는 가족애가 깊은 선수로도 유명하며, 특히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여동생 홀리를 향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선수다.
그릴리시는 세계적인 모델 사샤 애트우드와 결혼해 최근 아기 아빠가 됐지만 가슴 속엔 잃어버린 여동생에 대한 아픔이 컸던 셈이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잭에게 그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라며 "부모님과 여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족이 이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그들은 매일 그를 기억하겠지만 오늘 득점한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어 "그릴리시는 주로 왼쪽 측면에서 뛰지만, 그는 중앙에서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라며 그의 다재다능함을 언급했다. 그는 "오늘 경기가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다.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값진 골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그릴리시는 기대만큼의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비우와 제레미 도쿠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그는 벤치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릴리시는 현재 계약이 2년 남아 있으며, 올여름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르디올라는 이번 여름과 클럽 월드컵이 열리는 6~7월 사이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릴리시는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다수의 클럽과 연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골과 활약은 그의 팀 내 입지를 다시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비록 이번 경기에서도 필 포든과 케빈 더브라위너 같은 핵심 선수들을 맨체스터 더비를 대비해 휴식시킨 것일 수도 있지만, 그릴리시가 정규 선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로 찾아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릴리시가 더 자주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과 득점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며 "오늘 같은 경기가 그의 자신감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승리로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4위로 도약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편, 맨시티에게 패배한 레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강등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은 현재 15경기에서 14번 패배하며 극도로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맨시티는 앞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맨체스터 더비를 비롯해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과연 그릴리시가 이번 경기를 계기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