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조이]'2년 5억 계약→1군 28경기' 서건창 유탄 맞은 사나이, 다시 '전문가'로 돌아올까… KIA 2군도 파격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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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경쟁에서 밀리며 아쉬운 성적을 낸 고종욱은 팀 2군 캠프에서 1군 도약의 가능성을 다시 타진한다. ⓒKIA타이거즈
▲ KIA는 “KIA 퓨처스 선수단은 1월 31일부터 일본 고치시 동부 야구장에서 캠프를 차리고 2025 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1년 넥센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이래 히어로즈·SSG·KIA를 오간 베테랑 좌타자 고종욱(35·KIA)은 통산 타율이 3할을 넘는(.302) 타자다. 표본이 적은 것도 아니다. KBO리그 1군 통산 1060경기에 나갔고, 955안타를 때렸다.
비록 장타가 있는 선수는 아니라 최근의 분석 흐름에서 과소평가되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 정확성은 충분히 검증이 된 타자고, 발도 느리지 않아 통산 163개의 2루타를 때렸다. 콘택트가 필요할 때, 안타가 필요할 때 분명 벤치에서 만지작거릴 수 있는 타자다.
고종욱은 2018년 시즌 이후 당시 넥센·SK·삼성이 벌인 3각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고, 2019년 137경기에서 타율 0.323, 159안타, 31도루를 기록하면서 트레이드 영입의 값어치를 증명했다. 그러나 출루율이 높은 유형의 타자는 아니라 세이버매트릭스에서는 손해를 봤고, 여기에 수비에서도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출전 기회가 줄어갔다. 결국 SSG는 2021년 시즌 뒤 그를 방출한다.
그런 고종욱을 눈여겨봤던 팀은 좌타 콘택트 히터가 부족했던 KIA였다. 수비나 주루 등에서 전성기보다 더 좋은 기량을 기대하기는 무리지만, 주전 선수가 아닌 벤치 멤버라면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콘택트 히터라고 여겼다. 테스트 끝에 2022년 KIA 유니폼을 입은 고종욱은 2022년 62경기에서 타율 0.283을 기록하며 자신의 값어치를 증명하며 현역 연장의 기회를 또 얻었다. 그리고 2023년 114경기에서 타율 0.296, 39타점을 기록하며 성공한 영입 평가를 받았다.물론 286타석의 표본이 예전만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종욱은 경기의 양상에 따라 벤치가 요긴하게 사용했다. 상대 선발이 우완이나 옆구리형 유형 투수일 때, 그리고 경기 중반 좌타 대타가 필요할 때 KIA 벤치에서 뽑아드는 카드였다. 출전 시간이 들쭉날쭉함에도 고종욱은 자신의 타격감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팀에 공헌했다. 수비나 주루보다는 결정적인 순간의 한 방이 중요한 임무였고, 고종욱은 여전히 이 방면에서 자신의 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2023년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일사천리로 KIA와 2년 총액 5억 원의 계약에 합의했다. KIA도 고종욱의 값어치를 충분히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에도 비슷한 몫이 기대됐다. 그런데 KIA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고종욱과 공격적인 롤이 상당 부분 겹치는 서건창(36)을 영입했고, 이는 고종욱에게는 악재로 다가왔다. 벤치에 좌타 대타감, 그것도 스타일이 비슷한 두 선수를 모두 두기는 어려웠다. 수비가 좋은 선수들은 아니기에 한 번 나가고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쟁에서 결국 서건창이 이기면서 고종욱의 1군 출전은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KIA는 외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많았다.
고종욱은 지난해 시즌 28경기에서 36번의 타석만 소화한 채 타율 0.250에 머물렀다. 반대로 서건창은 94경기에서 248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10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종욱의 퓨처스리그(2군) 성적도 좋지 않았다. 시즌 39경기에서 타율 0.230에 그쳤고, 몸 컨디션도 100%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1군에 올리려면 정상적인 몸과 명분이 될 만한 2군 성적이 필요한데 두 가지를 충족하지 못한 셈이었다. 2년 5억 원의 FA 계약도 빛이 바랬다.
그런 고종욱은 미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시작된 팀의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해 1군 주요 전력은 아니었고, 캠프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까지 가는 와중에 모든 선수들을 넉넉하게 데려갈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니 결국 1군 캠프 명단에서 제외되는 시련을 맛봤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기회는 충분히 있다. 시즌에 들어가면 숱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부상자나 부진한 선수도 속출한다. 그 시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기량을 잘 유지하고 있다면 반드시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현재 KIA 1군 코칭스태프가 고종욱의 기량과 활용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종욱은 2군 캠프로 향한다. KIA는 26일 일본 고치에서 열릴 2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는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롱런을 그리는 KIA는 이번 2군 캠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보통 타 구단의 경우 2군 캠프를 한국에서 진행하거나, 해외로 간다고 해도 2월 중순 정도에 출발해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KIA는 2월 1일부터 곧바로 2군 해외 전지 훈련에 돌입한다. 2군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 2월 1일부터 고치에서 캠프를 시작하는 KIA 2군 선수단 명단 ⓒKIA타이거즈
KIA는 "KIA 퓨처스 선수단은 1월 31일부터 일본 고치시 동부 야구장에서 캠프를 차리고 2025 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면서 "이번 퓨처스 캠프에는 진갑용 퓨처스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탭 13명, 투수 14명, 포수 3명, 내야수 7명, 외야수 6명 등 총 3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고 소개했다.
KIA는 이어 "캠프는 4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진행된다. 선수단은 초반부 체력 훈련과 기술/전술 훈련을 소화한 뒤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익힐 예정이다. 연습경기는 한화 이글스와 2경기, 일본 독립구단과 3경기(메이지 야스다 경식 야구부, 고치 파이팅 독스, 미쓰비시자동차 오카자키) 등 총 5경기를 치른다"면서 "한편 선수단은 2월 28일 훈련을 끝으로 캠프를 마치고 3월 1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IA 1군 캠프 참가자들은 어바인에서 훈련을 마치고 2월 중순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에 돌입할 예정이다. 1차 캠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2차 캠프에 갈 수는 없다. 실전 위주의 캠프라 너무 많은 인원이 선수들의 고른 출전 기회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2군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 1·2군 선수간 교환이 이뤄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아직 훈련이 더 필요하거나, 1군 코칭스태프가 기량을 어느 정도 확인한 어린 선수들을 2군에 보내 더 훈련을 하게 하고, 반대로 2군에서 성과가 좋은 선수는 1군에 올려 실전에서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고종욱도 충분히 오키나와 2차 캠프 합류의 후보가 될 이론적인 가능성을 가졌다. 전문가, '스페셜리스트'로 다시 발돋움할 가능성을 고치에서 타진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예비 전력'으로 주목할 만한 선수들이 많다. 투수 파트에서 김건국 이형범은 1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고, 김현수 조대현 장민기 김민재 등은 구단에서 잠재력을 인정하고 공을 들이는 자원들이다. 포수 쪽에는 주효상 이상준 신명승이 참가한다. 내야수로는 1군 경험이 있는 최정용 오선우가, 외야수 쪽에서는 고종욱을 비롯해 예진원 정해원 등이 주목할 수 있는 인원들이다. 2군에서 절치부심해 오키나와로 넘어오는 선수가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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