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조이]"오징어 게임 시즌3에나 나가라" 오타니 前 통역 뻔뻔함에 美 격분, "보수가 낮아서" 항변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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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니 쇼헤이의 돈을 수차례에 걸쳐 무려 1700만 달러나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미즈하라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동기 중 하나로 "보수가 낮아서"라는 핑계를 대 지탄을 받고 있다.
▲ 미즈하라와 오징어 게임을 합성한 SNS상의 유행 사진 ⓒSNS 캡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과 함께 터진 대형 악재가 이제 그 죗값의 시작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그 장본인인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의 전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의 사기 행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초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 및 스포츠 베팅에 빠져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 외의 동기가 있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사고를 저지른 미즈하라는 뻔뻔하게 '보수가 낮아서'라고 말해 미 전역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인기 드라마이자, 인생의 밑바닥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 위해 죽음의 게임에 참가하는 '오징어 게임'에 잘 어울린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북미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25일(한국시간) 오타니의 계좌에서 불법적으로 돈을 빼돌려 불법 도박을 벌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범행 일부가 구체적으로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은 현재 미즈하라를 수사하고 있는 미 법무부로부터 입수된 것으로 보이며,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과 통화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는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오타니의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빼냈다는 하나의 증거 자료이기도 하다.
오타니는 미국 진출 이후 생활의 대다수를 미즈하라에게 의존했다. 제아무리 오타니와 같은 스타라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은행 계좌 개설 등은 일반인들에게 만만치 않은 난이도이기 때문이다. 번거롭기도 하다. 그래서 오타니는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미즈하라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통역으로 채용함과 동시에 그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했다. 그 과정에서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녹음 파일을 보면 미즈하라는 오타니를 사칭해 계좌에 있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고 있었다. 당연히 오타니는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던 사실로, 미즈하라는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수차례에 걸쳐 약 1700만 달러(약 244억 원)을 빼갔다. 이번에 공개된 음성 파일에서는 미즈하라가 자동차 대출을 명목으로 계좌에서 돈을 이체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은행 직원은 미즈하라에게 "내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었고, 미즈하라는 "쇼헤이 오타니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사칭한 것이다. 이어 은행 직원은 계좌에 등록된 휴대 전화로 인증 번호를 전송한 뒤 그 인증 번호 여섯 자리를 불러달라고 한다. 어찌된 일인지 미즈하라는 그 인증 번호를 정확하게 답한다. 계좌 개설시 오타니의 휴대 전화 번호가 아닌, 미즈하라의 휴대 전화 번호가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신뢰를 악용해 오타니의 계좌를 모두 쥐었다 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미즈하라는 "송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동차 대출 때문"이라고 답했고, "송금을 받는 사람과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에는 "내 친구"라고 했다. 미즈하라는 여러 번 만난 친구라고 이야기했고, 앞으로도 송금할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미즈하라는 이와 같은 수법으로 오타니 계좌에서 돈을 빼내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뒤, 이를 불법 도박 등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첼 검사는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피고인이 도박에 중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훔친 돈을 도박과 관련이 없는 수많은 개인 비용으로 사용했다. 결국 피고인의 범행 동기는 도박 중독이 아니라 탐욕이었다"면서 꼭 도박 만이 동기는 아니었다고 적시했다.
이 범행은 2024년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이었던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밝혀져 메이저리그 전역에 충격을 줬다.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베팅을 조사하던 수사 당국의 용의선상에 올랐고, 현지 언론들도 이를 눈치 채고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수사망과 취재망이 모두 좁혀져 오자 미즈하라는 서울시리즈 직전 ESPN과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범행을 일부 인정했고, "오타니는 전혀 모른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과 함께 미즈하라(왼쪽)를 통역으로 고용한 오타니(오른쪽)는 서울시리즈 직전까지도 미즈하라의 범행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울시리즈 당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오타니와 미즈하라. ⓒ 연합뉴스
▲ 오타니(왼쪽)은 미즈하라를 통역 이상의 가족으로 대해 고급 스포츠까지 선물하는 등 신뢰를 과시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미즈하라의 처절한 배신이었다.
한때 음모론이 판을 치기도 했다. 오타니 측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지만, 자신의 계좌에서 무려 1700만 달러라는 거금이 인출되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는 물론 인증 번호가 전송되는 휴대 전화까지 모두 쥐고 있는 상황에서 오타니는 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자신의 휴대 전화로 아무 메시지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적극적으로 자신의 은행 계좌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를 알아차릴 수 없었고, 오타니 또한 이 사태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사법 당국은 이미 미즈하라에게 1700만 달러를 모두 반환하고, 미 국세청은 따로 114만9000달러의 세금·이자·벌금을 징수했다. 미즈하라에게는 4년9개월의 금고형과 보호관찰처분 3년까지 구형한 상태다. 하지만 미즈하라는 이미 스포츠 베팅으로 모든 돈을 탕진한 상황이라 1700만 달러를 반환할 능력도 없고, 세금이나 벌금도 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억울함까지 호소해 미 전역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미즈하라는 지금까지 재판 과정을 차일피일 미뤄왔고, 선고를 앞둔 시점까지도 진지한 반성보다는 형량과 벌금을 줄이는 데 집착하고 있다. 미즈하라는 법원에 "돈을 벌기 위해 배달 기사라도 하려고 했지만 얼굴이 알려져 해고됐고, 아내와 나 모두 돈을 벌 수 없어 부모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어머니도 내 일이 알려지면서 일을 그만뒀다. 모든 일이 나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만 나와 내 아내가 계속 미행을 당하고 있으며 괴롭힘을 받고 있다.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미즈하라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낮은 임금 때문에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선수 통역은 선수의 모든 일에 대기해야 하는 만큼 때로는 24시간 동안 자신의 시간 없이 일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라운드에서는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통역을 해야 팀이 이길 수 있고, 생활에서도 손발이 되어야 하는 만큼 근무 강도가 결코 낮지는 않다. 미즈하라는 자신의 업무에 비해 임금이 낮았고, 이것이 다른 생각을 먹게 된 하나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은 미즈하라가 결코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었다고 비꼬았다. '디 애슬레틱'은 2018년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미즈하라의 연봉은 8만 달러(약 1억1460만 원)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물가와 일의 강도에 비하면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연봉이다. 그러나 이후 계속 연봉이 올라 2022년에는 25만 달러(약 3억6000만 원)에 이르렀으며, 지난해에는 50만 달러(약 7억1600만 원)까지 올랐다고 보도하며 미즈하라의 주장을 일축했다. 여기에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부족한 생활비를 수시로 줬고,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자동차를 선물하는 등 미안함을 메우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지에서는 미즈하라에게 "오징어 게임이나 나가라"며 힐난하는 상황이다. 물론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1700만 달러나 되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상황이 딱 맞는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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