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조이]오타니가 크게 웃는다… 다저스 미친 싹쓸이, '오타니 킬러' 태너 스캇 영입, 새로운 악의 제국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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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2025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 시장 불펜 최대어였던 태너 스캇이 다저스와 4년 72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통산 정규시즌 스캇을 상대로 9타수 1안타로 약했던 오타니 쇼헤이는 이제 자신의 천적이 든든한 동료로 바뀌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타자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지난해 타격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54개의 홈런과 59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0-50 클럽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도 했다. 오타니가 기록한 지난해 OPS(출루율+장타율)는 1.036으로 내셔널리그 최고 성적이었다. 당연히 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직행했다.
그러나 오타니도 신이 아닌 만큼 상성상 약세를 보이는 투수도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리그 정상급 좌완 불펜 자원인 태너 스캇이다. 오타니는 스캇을 상대로 정규시즌 10번의 타석에서 9타수 1안타(.111) 1볼넷에 머물렀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경쟁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만났던 샌디에이고는 스캇을 결정적인 순간 오타니에게 붙여 톡톡히 재미를 봤다. 마치 오타니 저격수 같았다. 모두가 스캇의 등판 시점을 예상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타니는 이제 스캇을, 당분간 만나지 않아도 된다. 다저스가 아예 '오타니 킬러'를 '오타니의 동료'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다저스가 스캇과 4년 총액 7200만 달러(약 1051억 원)에 계약했다고 20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스캇은 2024-2025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불펜 최대어로 뽑혔는데, 다저스가 스캇까지 쓸어 담으면서 오프시즌 최고 성적표를 예약한 셈이다.
스캇의 계약은 다소 특이한 점, 하지만 다저스에서는 그렇게 특이하지 않은 점이 있다. 7200만 달러 중 27.8%에 이르는 2000만 달러가 사이닝보너스다. 우리로 따지면 계약금인데, 사이닝보너스 규모가 이렇게 큰 계약은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여기에 다저스 선수단에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 지불 유예도 넣었다. 스캇은 7200만 달러 중 29.2%에 이르는 2100만 달러를 4년 계약이 끝난 뒤 받는다.계약금 비중을 확 높이고, 대신 지불 유예 조항을 넣는 최근 다저스 계약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랐다는 평가다. 화폐의 인플레이션에 따라 선수로서는 지불 유예가 전체적인 가치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타니 입단 이후 다저스가 워낙 매력적인 구단이 됐고, '승리'와 '우승'을 원하는 선수들은 지불 유예를 기꺼이 감수하며 대신 일시불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닝보너스로 이를 일정 부분 만회하는 셈이다.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의 6라운드 지명을 받은 스캇은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적응기를 마친 2020년부터는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불펜 요원으로 차곡차곡 성장했다. 2020년 2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1을 기록했고, 약간의 부침을 거쳐 2023년에는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대박을 쳤다. 스캇은 2023년 74경기에 나가 78이닝을 던지며 9승5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2.31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스캇의 활약은 2024년 정점을 찍었다. 시즌 시작부터 마이애미의 마무리로 든든한 활약을 했고, 대권 도전에 나선 샌디에이고의 부름을 받아 트레이드로 입단했다. 스캇은 지난해 마이애미와 샌디에이고를 거치며 총 72경기에 나가 72이닝을 던지며 9승6패22세이브 평균자책점 1.75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FA 대박을 예감했다. 복수 언론들이 이번 FA 시장 불펜 최대어로 뽑을 정도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다저스는 리그 정상급 불펜을 자랑한다. 지난해 그렇게 선발 투수를 모아놓고도 수많은 부상 여파 속에 정작 포스트시즌에서 쓸 선발 투수가 세 명(잭 플래허티·야마모토 요시노부·워커 뷸러)밖에 없었던 다저스는 막강한 불펜의 힘으로 그 난관을 돌파했다. 시리즈마다 불펜 데이가 최소 한 번은 끼어 있었던 여건에서 불펜 투수들이 대단한 협업을 보여주며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렸다. 불펜, 그리고 그 불펜을 운영하고 조합한 구단의 전략 없이는 결코 있을 수 없었던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 스캇의 가세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불펜 카드가 한 장 더 늘어난 가운데 다저스 불펜은 자타공인 최강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2년 연속 오프시즌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2연패를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기존 블레이크 트라이넨, 에반 필립스라는 마무리 투수에 시즌 중반에 영입한 마이클 코펙이 가세하며 쓸 수 있는 카드가 더 많아졌다. 올해도 불펜 쪽에 특별한 전력 누수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절감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좌완 불펜을 더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즌 내내 이 몫을 한 알렉스 베시아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당장 쓸 좌완이 없어 고민을 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다저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프시즌을 누볐고, 아예 최대어로 뽑힌 스캇을 영입하며 최강 불펜진을 완성했다.
기존 자원들의 트레이드 카드 활용 가능성이 더 넓어진 가운데, 다저스는 2년 연속 오프시즌의 주인공으로 자리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다저스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총액 7억 달러에 계약했고, 야마모토 요시노부와도 3억2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두 선수를 영입하는 데만 총액 1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타일러 글래스나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영입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간 오타니를 영입하기 위해 팀 연봉 구조를 다듬어왔던 다저스는 시기가 오자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에 나섰고, 이는 성적과 마케팅을 모두 잡은 최고의 2024년으로 이어졌다.
숙원이었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에 영입한 선수들도 죄다 빅네임이다. 지난해 팀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에르난데스를 3년 6600만 달러에 잔류시켰고, 샌프란시스코에 뛰던 공격력이 있는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와 1년 1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또 팀을 떠난 키케 에르난데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차세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김혜성을 낙점하고 3년 보장 1250만 달러, 3+2년 최대 2200만 달러를 안기며 유니폼을 입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선발 투수들의 부상이라는 악몽에 시달렸던 다저스는 사이영상 출신 투수인 블레이크 스넬과 5년 1억82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좌완 에이스를 찾았다. 이어 메이저리그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사키 로키 영입전에서 최종 승자가 되며 기세를 올리더니, 사사키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스캇까지 쓸어 담으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북미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FA 시장 프리뷰를 보면 빅네임들의 진가를 실감할 수 있다. 스캇은 불펜 1위 투수였고, 사사키는 선발 2위 투수였다. 에르난데스는 외야수 3위의 선수였고, 스넬은 선발 4위 투수였다. 대어들을 차곡차곡 모은 셈이다.
다저스는 선발 로테이션이 넘쳐난다. 팔꿈치 수술 여파에서 벗어나 시즌 중반 들어올 오타니를 비롯, 스넬, 글래스나우, 야마모토, 사사키까지 역대급 구위파 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됐다. 토니 곤솔린, 바비 밀러, 더스틴 메이, 마이크 그로브 등 뒤를 받치는 선수들도 화려하다. 불펜은 스캇의 영입으로 필승 카드가 더 많아졌다. 브루스다 그라테롤도 부상을 털고 복귀할 예정이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타니,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를 중심으로 하는 타선도 단연 리그 최정상급이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 도전이 시작된 가운데, 뉴욕 양키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악의 제국'이 탄생할 조짐도 보인다. 성공과 막대한 지출에는 그만큼 시기와 질투도 따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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