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조이]'1억1300만 달러' 이정후, 사실상 신규 FA 영입이다… SF 기대감 하늘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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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불운의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던 이정후는 2025년 사실상의 신규 FA 영입 효과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어깨 재활을 순조롭게 마친 이정후는 13일 미국으로 출국해 일찌감치 스프링트레이닝 대비 모드에 들어간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최근 3년간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켓 규모가 작지 않은 샌프란시스코는 근래 들어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FA 시장의 대어들과 꾸준하게 접촉했다. 하지만 뜻대로 이뤄진 것은 별로 없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등 특급 스타들 영입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런 샌프란시스코가 근래 들어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선수가 바로 이정후(27)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타 팀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거액을 질러 이정후를 입도선매했다. 포스팅 금액까지 합치면 총액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그만큼 이정후의 능력을 매력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전체적으로 팀 타선에 정교한 맛이 없었다. 좌타 쪽에서 안타 생산과 콘택트 능력을 제공할 선수도 마땅치 않았다. 확실한 주전 중견수나 리드오프도 없었다. 중견수 수비와 리드오프 생산성은 리그 평균 이하였다. 샌프란시스코가 볼 때 이정후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막힌 카드였다. 시작부터 거액을 지른 이유가 다 있는 셈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난해 2월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하자마자 "이정후가 개막전 선발 리드오프 중견수가 아니라면 그것도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든든한 신임을 드러냈다. 6년이라는 긴 계약 기간(4년 뒤 이정후가 옵트아웃 가능)인 만큼 이정후가 2024년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전체적인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이후 대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2024년은 부상 탓에 허무하게 날아갔다.
이정후는 지난해 5월 1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 선발 중견수로 출전했으나 1회 수비 도중 홈런성 타구를 잡으려다 왼 어깨를 크게 다쳐 교체됐다. 타구를 잡기 위해 글러브를 낀 왼팔을 쭉 뻗었는데, 공을 잡지 못한 데다 충격까지 그대로 받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검진 결과 어깨 관절 쪽에 손상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정후는 복수 의료 기관에 검진을 받았지만 소견은 같았다.
재활과 수술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정후는 아예 수술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2025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하자는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수술대에 올랐다. 그대로 시즌 아웃이었다.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한창 경기에 나가 공이 눈에 익고, 환경에 적응할 만할 때쯤 부상이 찾아왔다. 그리고 더 많은 경험을 할 기회를 부상 탓에 놓쳤다.
이정후는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262, 출루율 0.310, 2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1을 기록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성적을 두고 비난하는 여론은 아직까지 그렇게 많지 않다. 표본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샌프란시스코가 새로운 FA 선수를 영입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는 일찍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이정후 효과를 체감할 기회도 없었고, 올해부터가 진짜라는 기대감이다.
▲ 이정후는 나름대로 뛰어났던 세부 지표를 타율 등 실제 성적으로 옮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들은 여전히 이정후를 선발 1번 중견수로 예상하고 있다. 팀 내에서 이정후를 밀어낼 만한 선수도 없고,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한 선수에게 충분한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올 오프시즌도 여전히 샌프란시스코가 확실한 전력 보강에 실패한 가운데, 이정후가 신입 FA의 효과를 내줄 수 있다면 오프시즌 부진도 상당 부분 만회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12일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로 선정했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팀에 입단한 선수 중 지난해는 부진했지만 올해 다시 기대를 걸 수 있는 선수를 나열했는데 이정후도 그 조건에 잘 맞아 떨어졌다.
MLB.com은 "윌리 아다메스의 영입이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시끄러운 일을 일으키려면 지난해 거물급 자유계약선수였던 이정후의 스텝업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팀의 문제 포지션이었던 유격수 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아다메스와 7년 총액 1억82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했다. 아다메스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2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강타자다.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다메스 외에는 야수진 보강이 별로 없고, 앞으로 특별한 보강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한때 거포 1루수인 피트 알론소 영입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근래에는 이마저도 잠잠하다. 결국 아다메스 하나로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대권 판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게 MLB.com의 진단이다. 이정후까지 같이 터져야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MLB.com은 "KBO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정후는 5월 12일 중앙 담장 벽에 부딪혀 왼쪽 어깨 관절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2024년 대부분 경기에 결장했다"면서 "이정후는 부상 전까지 9.6%의 헛스윙 비율, 8.2%의 삼진 비율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은 강력한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158번의 타석에서 단 6번의 장타(2홈런)와 타율 0.262, 0.641의 OPS에 머물렀다"고 긍정적인 부분과 보완할 부분을 모두 짚었다.
사실 이정후의 헛스윙 비율과 삼진 비율은 리그 정상급이었고, 평균 타구 속도 또한 평균은 됐다. MLB.com은 이정후의 스퀘어드 비율(스윙 속도와 투구 속도를 종합했을 때 최대치의 80% 이상 타구 속도를 기록한 타구 비율) 37.1%에 이른다고 극찬했다. 콘택트 능력과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 모두가 뛰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타율이나 OPS와 같은 성적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이정후가 오프시즌 더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이정후가 세부 지표를 성적으로 이어 갈 수 있다면 샌프란시스코는 대형 FA 보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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