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조이]"SF 위해 이정후 스텝업 필요해" MLB 기대와 흥분, 증명하러 간다… LA 산불 여파로 13일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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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산불 여파로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게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정후
▲ 이정후는 2025년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선수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탓에 사실상 새로운 전력처럼 느껴진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여파가 2025년 시즌을 힘차게 열 예정이었던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출국을 하루 늦췄다. 피해가 극심한 현지 사정상 불가피한 조치였다. 다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큰 장애물이 발생한 건 아니다.
이정후의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11일 이정후의 출국일 변경 소식을 알리며 양해를 구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최근 LA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산불로 인해 부득이하게 이정후 선수의 출국편을 변경하게 되었다"면서 "기존 항공편의 경유지가 LA였기 때문에 선수의 안전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라스베이거스 행 항공편으로 변경했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당초 이정후는 1월 12일 오후 2시30분 출국할 예정이었다. 이 항공편의 목적지는 LA였다. 훈련 시설까지 직항이 없기에 비행편이 많은 LA를 거쳐 훈련 시설까지 간다는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형 산불이 LA 인근을 덮치면서 막대한 피해가 났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15만 명이 대피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결국 다른 지역을 경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정후는 출국 예정일을 하루 늦춰 1월 13일 오후 9시에 라스베이거스로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변경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훈련 시설까지 이동한다. 출국 예정일이 하루 늦춰지는 것이 훈련 일정 등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훈련 시설은 LA와 떨어져 있어 산불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하루가 늦어지기는 했지만 이정후가 2025년을 힘차게 연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팀의 주전 중견수 및 리드오프로 일찌감치 낙점되며 큰 기대를 모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전까지 좌타 라인이 약했고, 정교한 콘택트를 가진 타자가 부족했으며, 여기에 중견수 수비에서도 리그 평균 아래였다. 공·수에서 모두 좋은 능력을 가진 이정후가 이 약점을 단번에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 이정후는 시범경기부터 개막전까지 꾸준히 선발 리드오프 및 중견수로 나섰고, 이후 좌완이 선발로 나설 때는 3번 타순으로 이동하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쳤다. 2024년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스타일과 경기 환경에 적응하면 6년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놓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어깨 부상 하나가 모든 것을 앗아가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5월 1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서 1회 홈런성 타구를 잡기 위해 점프 캐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글러브를 낀 왼 어깨를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다. 공을 잡지 못한 이정후는 그 자리에 쓰러졌고, 즉시 교체됐다. 어깨 관절에 손상이 있다는 소견을 받은 이정후는 복수 검진에서 같은 소견이 나오자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이정후는 재활을 통해 한 시즌을 버틴 뒤 시즌 종료 후 수술을 받을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은 5년 계약이 더 중요한 샌프란시스코 구단 수술 권고에 따랐다. 이정후는 6월 4일 이 분야의 권위자이자 이정후의 어깨 소견을 낸 닐 알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했다.
이정후는 이후 어깨 재활을 하면서 2025년 시즌을 별렀다. 어느 정도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시즌 막판에는 클럽하우스와 더그아웃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동료들과 경기를 지켜봤다. 이정후는 시즌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10월 1일 귀국했고, 재활이 잘 되고 있다면서 2025년 스프링트레이닝 합류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 이정후는 나쁘지 않았던 세부 지표를 전반적인 공격 성적으로 이어 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정후는 오프시즌 중 개인 일정을 거의 하지 않으며 훈련에만 매진했다. 이제 어깨 상태는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완쾌됐고, 평소 하던 것처럼 시즌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일이 남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트레이닝 시작은 2월 중순이지만, 거의 한 달을 앞두고 먼저 미국에 들어가 차분하게 마지막으로 컨디션을 만든 뒤 스프링트레이닝 시작에는 100% 몸 상태로 다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한다는 구상이다.
그런 이정후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이정후는 지난해 부상 여파 탓에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262, 출루율 0.310, 2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1에 머물렀다. 콘택트 비율, 헛스윙 비율, 하드히트 비율, 타구 속도 등 세부 지표는 분명 좋았다. 그러나 발사각 문제가 있었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그 결실을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다. 이정후도 귀국 당시 "조금씩 공이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그때 다치는 바람에 아쉬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공백이 길었기에 사실상 신인 시즌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히려 현지 언론의 기대가 더 크다. 이정후가 본격적으로 팀에 가세한다면 지난해 이상의 타선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올해는 6년 1억1300만 달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압박감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는 부상이 있었지만, 올해 건강한 상태에서도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현지 언론의 시선도 따가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11일(한국시간) 올해 반등해야 할 선수 10명을 선정했는데 이정후도 여기에 속했다. MLB.com은 지난해 FA 계약을 한 선수 중 확실한 성적을 내지 못해 올해 주목해야 할 선수를 선정했다. 이정후의 상황과 어울린다.
MLB.com은 "윌리 아다메스의 영입이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시끄러운 일을 일으키려면 지난해 거물급 자유계약선수였던 이정후의 스텝업이 필요하다"면서 "KBO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정후는 5월 12일 중앙 담장 벽에 부딪혀 왼쪽 어깨 관절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2024년 대부분 경기에 결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MLB.com은 "이정후는 부상 전까지 9.6%의 헛스윙 비율, 8.2%의 삼진 비율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이정후의 스윙 대비 헛스윙 비율이 낮았던 것은 높게 평가했다. 이어 MLB.com은 "하지만 이러한 기록은 강력한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158번의 타석에서 단 6번의 장타(2홈런)와 타율 0.262, 0.641의 OPS를 기록했다"면서 콘택트 능력이 공격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과제라고 짚었다. 이정후가 보여준 부분도,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는 만큼 이제 증명은 오롯이 이정후의 몫이라는 건 분명하다.
다만 구단에서는 이정후의 적응을 낙관하는 모습이다. 잭 미나시안 단장은 취임 이후 이정후에 대한 질문에 "이정후가 경기에 나서는 것을 얼마나 좋아 하는지 알게 됐다. 팬들이 이정후를 위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흥미를 느꼈다. 중견수와 유격수, 포수 같은 포지션에 존재감 있는 선수가 있을 때,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정후 역시 마찬가지"라며 이정후의 1번 중견수 투입을 공언하면서 "모든 게 잘 되어가고 있다. 이정후는 곧 스윙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 정상적으로 오프시즌을 보낼 것이다. 우리는 이정후가 스프링트레이닝에 참가하는 것을 기대 중"이라고 걱정하지 않았다. 이제 이정후가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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