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조이]김혜성의 도박…다저스에서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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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군단 LA 다저스로 향한 위험한 선택, 팀내 연봉 20위
팀이 원하는 '슈퍼 유틸리티' 못 하면 마이너 갈 수도
김혜성(25)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김혜성은 1월4일 LA 다저스와 3년 1250만 달러 보장 계약에 합의했다. 다저스가 2년짜리 옵션을 행사하면 총액은 5년 2200만 달러가 된다. KBO리그 타자의 포스팅 진출은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2016년 박병호(미네소타), 2021년 김하성(샌디에이고), 2024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에 이어 5번째로, 모두 히어로즈가 보낸 선수들이다. 선수가 맺은 계약의 20%를 이적료로 받는 히어로즈는 누적 이적료 수입이 4500만 달러가 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 ⓒ연합뉴스
다저스 주전 2루수 트레이드는 김혜성에 호재
다저스가 김혜성을 택한 것, 그리고 김혜성이 다저스를 택한 것 모두 놀라운 일이었다. 다저스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팀이고, 김혜성은 의문부호가 적지 않은 선수였다. 김혜성의 에이전트는 오타니 쇼헤이가 간판인 'CAA 스포츠'다. CAA는 김혜성이 미국에서 오타니와 함께 훈련하면서 진지한 대화를 했고, 오타니의 조언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LA 에인절스의 총액이 다저스를 앞섰지만 보장 금액은 다저스가 더 많았고,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어 한 김혜성이 다저스를 택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도전은 얼마를 받고 시작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연봉에 비례해 출전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강정호의 평균 275만 달러와 박병호의 300만 달러는 그들을 데려간 피츠버그와 미네소타 입장에선 꽤 큰돈이었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1년 만에 단장이 바뀌었고, 새 단장은 박병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병호가 실패하면 전임 단장의 실패가 되기 때문이었다. 4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700만 달러 연봉을 받았고, 4년 동안 87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활약을 했다.
김혜성의 평균 연봉 417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450만)과 거의 같다. 이는 대부분의 팀에서 안정권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그렇지 않다. 에인절스는 평균 연봉이 520만 달러이고, 김혜성은 거기서 10위에 해당한다. 반면 다저스는 평균 연봉이 900만 달러이며, 팀내 순위도 김혜성은 20위에 불과하다. 주전 보장이 쉽지 않은 셈이다.
김하성은 4년 계약을 맺으면서 마지막 2년은 마이너 거부권을 보장받았다. 첫해는 수비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고, 2년 차는 공격에서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마이너로 내려갈 일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미국 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한 이정후는 6년을 모두 보장받았다. 반면 김혜성은 거부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다른 팀이었다면 그에게 쓴 400만 달러 연봉이 아까워서라도 처음부터 기회를 주겠지만, 다저스는 그런 팀이 아니다.다저스는 왜 김혜성과 계약했을까.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대만의 천진펑은 박찬호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후 다저스에 입단했다. 지난해 3월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에 앞서 대한민국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했는데, 김혜성은 바비 밀러의 시속 156km 강속구를 받아쳐 홈런성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때부터 다저스는 김혜성을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김혜성과 계약 후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27)를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했다. 팀은 김혜성에게 '슈퍼 유틸리티'를 기대하고 있지만, 김혜성을 영입하면서 주전 2루수를 포기한 건 그만큼 김혜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야구에서 유틸리티는 멀티 포지션 선수를 말한다. 전에는 2루수와 유격수, 3루수 등을 오가는 내야 유틸리티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내야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까지 가능한 슈퍼 유틸리티가 각광받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선발투수의 가동 시간이 짧아져 더 많은 불펜투수가 필요해졌고, 벤치에 두는 야수의 숫자가 넷으로 줄었다. 한 명이 포수, 한 명이 내야수, 한 명이 외야수라면, 마지막 한 명은 내·외야를 넘나드는 멀티 선수가 필요한 것이다.
김혜성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였지만, 특유의 사이드암 송구를 고치지 못해 유격수로는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야 수비 경험도 많지 않다. 하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의 스피드와 운동 능력이라면 시도해 봐도 좋다고 믿었다. 다저스는 그 역할을 했던 크리스 테일러(34)의 계약이 올해로 끝나고, 키케 에르난데스(33)와의 계약은 종료됐으며, 백업 내야수인 미겔 로하스(35)도 은퇴가 가깝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가 필요했다. 1250만 달러는 실패해도 아깝지 않지만, 성공하면 좋은 유틸리티 선수를 5년 동안 싸게 쓸 수 있다.
김혜성을 위한 다저스 구단의 환영 인사 ⓒ다저스 인스타그램 캡처
'기회'보다는 '경쟁' 택하는 도전의식 보여
문제는 김혜성이다. 럭스를 트레이드했기 때문에 주전 2루수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1차적인 이유는 단순히 그를 2루수만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저스는 유틸리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혜성은 해본 적이 없고, 주전 2루수로 가는 길도 험난하다. 최악의 경우 3년 동안 마이너에 있을 수도 있다. 성공하면 5년 동안 저렴한 계약에 묶여 있어야 하며, 28세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김하성과 달리, 김혜성은 30세 시즌을 마쳐야 한다.
김혜성은 지금까지 진출한 아시아 타자 중 자국 리그 성적이 가장 좋지 않다. 100이 해당 리그에서 평균이고, 150이면 최정상급, 180이면 리그 톱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wRC+)'은 김하성이 통산 124, 이정후가 144였다. 반면 김혜성은 108에 불과하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는 일본에서 마지막 해 성적이 199,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는 201이었다. 스즈키는 선전하고 있지만, 요시다는 고전하고 있다. 일본 리그를 폭격했던 타자들조차 미국에 진출한 이후 성적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KBO에서 마지막 시즌 기록이 124인 김혜성이 위험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김혜성은 부담이 적고 기회가 많은 팀에서 출발해야 했지만,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김혜성은 왜 다저스를 택했을까. 다저스의 영입 목적은 김혜성도 알고 있다. 이정후의 히어로즈 입단 동기인 김혜성은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이정후와 다르게 스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포스팅을 철회하고 1년만 더 뛰면 KBO리그에서 FA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김혜성이 힘든 출발을 각오하고 다저스에 입단한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결정이었다.
최고의 야구팀은 스타를 모아놓은 팀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팀이다. 스타 선수들의 틈을 메우는 접착제인, 훌륭한 유틸리티도 있어야 한다. 김혜성은 위대한 팀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 힘든 길을 자청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임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다저스는 성공한 유틸리티에게 큰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팀이다. 김혜성이 위험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위험은 또 다른 성공의 동반자다.
팀이 원하는 '슈퍼 유틸리티' 못 하면 마이너 갈 수도
김혜성(25)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김혜성은 1월4일 LA 다저스와 3년 1250만 달러 보장 계약에 합의했다. 다저스가 2년짜리 옵션을 행사하면 총액은 5년 2200만 달러가 된다. KBO리그 타자의 포스팅 진출은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2016년 박병호(미네소타), 2021년 김하성(샌디에이고), 2024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에 이어 5번째로, 모두 히어로즈가 보낸 선수들이다. 선수가 맺은 계약의 20%를 이적료로 받는 히어로즈는 누적 이적료 수입이 4500만 달러가 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 ⓒ연합뉴스
다저스 주전 2루수 트레이드는 김혜성에 호재
다저스가 김혜성을 택한 것, 그리고 김혜성이 다저스를 택한 것 모두 놀라운 일이었다. 다저스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팀이고, 김혜성은 의문부호가 적지 않은 선수였다. 김혜성의 에이전트는 오타니 쇼헤이가 간판인 'CAA 스포츠'다. CAA는 김혜성이 미국에서 오타니와 함께 훈련하면서 진지한 대화를 했고, 오타니의 조언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LA 에인절스의 총액이 다저스를 앞섰지만 보장 금액은 다저스가 더 많았고,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어 한 김혜성이 다저스를 택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도전은 얼마를 받고 시작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연봉에 비례해 출전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강정호의 평균 275만 달러와 박병호의 300만 달러는 그들을 데려간 피츠버그와 미네소타 입장에선 꽤 큰돈이었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1년 만에 단장이 바뀌었고, 새 단장은 박병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병호가 실패하면 전임 단장의 실패가 되기 때문이었다. 4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700만 달러 연봉을 받았고, 4년 동안 87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활약을 했다.
김혜성의 평균 연봉 417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450만)과 거의 같다. 이는 대부분의 팀에서 안정권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그렇지 않다. 에인절스는 평균 연봉이 520만 달러이고, 김혜성은 거기서 10위에 해당한다. 반면 다저스는 평균 연봉이 900만 달러이며, 팀내 순위도 김혜성은 20위에 불과하다. 주전 보장이 쉽지 않은 셈이다.
김하성은 4년 계약을 맺으면서 마지막 2년은 마이너 거부권을 보장받았다. 첫해는 수비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고, 2년 차는 공격에서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마이너로 내려갈 일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미국 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한 이정후는 6년을 모두 보장받았다. 반면 김혜성은 거부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다른 팀이었다면 그에게 쓴 400만 달러 연봉이 아까워서라도 처음부터 기회를 주겠지만, 다저스는 그런 팀이 아니다.다저스는 왜 김혜성과 계약했을까.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대만의 천진펑은 박찬호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후 다저스에 입단했다. 지난해 3월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에 앞서 대한민국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했는데, 김혜성은 바비 밀러의 시속 156km 강속구를 받아쳐 홈런성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때부터 다저스는 김혜성을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김혜성과 계약 후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27)를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했다. 팀은 김혜성에게 '슈퍼 유틸리티'를 기대하고 있지만, 김혜성을 영입하면서 주전 2루수를 포기한 건 그만큼 김혜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야구에서 유틸리티는 멀티 포지션 선수를 말한다. 전에는 2루수와 유격수, 3루수 등을 오가는 내야 유틸리티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내야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까지 가능한 슈퍼 유틸리티가 각광받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선발투수의 가동 시간이 짧아져 더 많은 불펜투수가 필요해졌고, 벤치에 두는 야수의 숫자가 넷으로 줄었다. 한 명이 포수, 한 명이 내야수, 한 명이 외야수라면, 마지막 한 명은 내·외야를 넘나드는 멀티 선수가 필요한 것이다.
김혜성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였지만, 특유의 사이드암 송구를 고치지 못해 유격수로는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야 수비 경험도 많지 않다. 하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의 스피드와 운동 능력이라면 시도해 봐도 좋다고 믿었다. 다저스는 그 역할을 했던 크리스 테일러(34)의 계약이 올해로 끝나고, 키케 에르난데스(33)와의 계약은 종료됐으며, 백업 내야수인 미겔 로하스(35)도 은퇴가 가깝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가 필요했다. 1250만 달러는 실패해도 아깝지 않지만, 성공하면 좋은 유틸리티 선수를 5년 동안 싸게 쓸 수 있다.
김혜성을 위한 다저스 구단의 환영 인사 ⓒ다저스 인스타그램 캡처
'기회'보다는 '경쟁' 택하는 도전의식 보여
문제는 김혜성이다. 럭스를 트레이드했기 때문에 주전 2루수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1차적인 이유는 단순히 그를 2루수만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저스는 유틸리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혜성은 해본 적이 없고, 주전 2루수로 가는 길도 험난하다. 최악의 경우 3년 동안 마이너에 있을 수도 있다. 성공하면 5년 동안 저렴한 계약에 묶여 있어야 하며, 28세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김하성과 달리, 김혜성은 30세 시즌을 마쳐야 한다.
김혜성은 지금까지 진출한 아시아 타자 중 자국 리그 성적이 가장 좋지 않다. 100이 해당 리그에서 평균이고, 150이면 최정상급, 180이면 리그 톱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wRC+)'은 김하성이 통산 124, 이정후가 144였다. 반면 김혜성은 108에 불과하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는 일본에서 마지막 해 성적이 199,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는 201이었다. 스즈키는 선전하고 있지만, 요시다는 고전하고 있다. 일본 리그를 폭격했던 타자들조차 미국에 진출한 이후 성적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KBO에서 마지막 시즌 기록이 124인 김혜성이 위험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김혜성은 부담이 적고 기회가 많은 팀에서 출발해야 했지만,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김혜성은 왜 다저스를 택했을까. 다저스의 영입 목적은 김혜성도 알고 있다. 이정후의 히어로즈 입단 동기인 김혜성은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이정후와 다르게 스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포스팅을 철회하고 1년만 더 뛰면 KBO리그에서 FA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김혜성이 힘든 출발을 각오하고 다저스에 입단한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결정이었다.
최고의 야구팀은 스타를 모아놓은 팀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팀이다. 스타 선수들의 틈을 메우는 접착제인, 훌륭한 유틸리티도 있어야 한다. 김혜성은 위대한 팀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 힘든 길을 자청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임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다저스는 성공한 유틸리티에게 큰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팀이다. 김혜성이 위험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위험은 또 다른 성공의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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