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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told] 한국 축구는 잔디 때문에 A매치도 용인, ACLE도 용인...임시방편 반복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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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포투

[포포투=김아인]

수원 삼성이 홈 경기장으로 사용 중인 용인 미르스타디움이 한국 축구를 위해 난데없이 '대안'이 되고 있다. 잔디 상태 때문에 홈 경기장을 급하게 바꾸는 임시방편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수원 삼성은 6일 오후 5시 30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4라운드에서 FC안양에 1-0로 승리했다. 이로써 수원은 6위로 도약했고, 1위 안양은 2위 충남아산과의 승점 3점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수원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음 주 열리는 A매치를 위해서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5일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4차전 이라크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홈경기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을 요청했다. 수원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실을 비롯해 경기장 곳곳에 있는 수원 관련 비품들을 정리했다.

A매치가 끝나도 바로 복구할 수 없다. 22일에는 광주FC와 조호르 타룰 탁짐의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까지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광주FC는 지난 6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ACLE 1차전 직후 3차전 홈경기에 대한 대체 구장 지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받았고, 불가피하게 용인미르스타디움을 대체 구장으로 지정하게 되었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미르스타디움이 갑작스럽게 홈 경기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매치와 ACLE가 불가피하게 열리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국내 축구장의 '잔디' 문제 때문이다. 지난 9월 한국 대표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상 기후로 인한 폭염과 행사 개최 여파로 크게 손상된 잔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선수단이 홈 경기장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FC도 ACLE 일정을 치르면서 잔디 상태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광주는 ACLE를 치르기 위해 기존 홈이었던 광주축구전용경기장이 아닌 AFC 규정에 맞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1차전을 치렀다. 그러나 경기 후 AFC가 경기장 상태 개선을 요구했고, 광주는 전라도 인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장을 찾지 못하고 미르스타디움을 사용하게 됐다.

수원으로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수원은 지난여름부터 미르스타디움을 임시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다. 기존 홈이었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이 그라운드 지반 노후화로 인해 교체 공사가 불가피했다. 이에 용인시와 협의 후 하반기 들어 8월부터 수원의 임시 홈구장이 됐고, 수원의 K리그2 홈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사진=포포투

예상치 못하게 홈 경기장이 여기저기 쓰이게 됐다. 지난 2018년 개장한 미르스타디움은 많은 경기가 치러지지 않아 타 구장에 비하면 잔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수원이 A매치 기간 이후 예정된 19일 부천FC전과 27일 김포FC전 모두 원정 경기를 떠나서 그동안 홈 경기장을 사용하지 않지만, 사전 예고 없이 급박하게 변경되면서 불편을 떠안게 됐다. 경기가 많을수록 잔디 손상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데 수원으로선 관리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국내 축구 경기장 잔디 문제는 하루 이틀 만에 생겨난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해외에서 활약하던 기성용, 손흥민 같은 스타 선수들이나 축구계 많은 인사들이 꾸준히 이야기했다. K리그는 폭염, 장마, 혹한이 반복되는 사계절 속에서 매번 악화되는 잔디 상태에 고충을 앓곤 한다. 여기에 홈 경기가 없는 날에는 각종 행사가 치러지면서 잔디를 불가피하게 훼손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피해를 보는 건 오롯이 선수들이었다.

이번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져 급하게 양해를 구하는 식으로 임시 홈구장 마련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한국 축구 위상과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대표팀뿐 아니라 K리그도 수준이 올라갔고, 흥행이 더해지면서 K리그1은 올 시즌 2년 연속 200만 관중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잔디 하나 때문에 A매치를 접근성과 교통 문제가 심각한 용인에서 치러야 한다. K리그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광주는 ACLE에서 J리그 강호 요코하마와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격파하며 아시아 무대에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 홈 경기를 위해서는 300km 가까이 되는 이동 거리를 감당해야 한다.

사진=포포투

대부분의 K리그 경기장은 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닌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홈 경기장을 다른 일로 내어줄 때면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순서도 생략되기 일쑤다.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가 축구 경기장에서 열리는 상황에 처했을 때도 K리그 팬들이 양보해야 했는데, K리그나 대표팀 경기를 찾는 손님은 한국인만 있는 게 아니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데 시대에 걸맞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잔디 문제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부상 위험까지 따라온다. 한국 기후 여건상 현실적으로 잔디 관리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최상의 잔디 상태를 자랑하는 천안종합운동장 같은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중 하나임에도 손흥민 같은 슈퍼스타가 말하지 않으면 얼마 못 가 또 관심이 묻힐 것이다.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노력과 관심이 따라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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