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두산 재계약 추진 외국인 있다, 역대급 실패 시즌인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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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제러드 영(왼쪽)과 김재호 ⓒ곽혜미 기자
▲ 제러드 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는 올해 외국인 선수 농사에 완전히 실패했다. 투수 4명에 야수 2명까지 외국인 6명이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는데, 외야수 제러드 영과는 재계약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계약한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실패를 맛봤다. 2년 연속 원투펀치로 20승 이상 책임지길 기대했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은 부상으로 애를 먹였다. 알칸타라는 팔꿈치 통증으로 12경기에서 2승2패, 64⅓이닝, 평균자책점 4.76에 그친 뒤 짐을 쌌다. 브랜든은 14경기에서 7승4패, 75이닝,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며 건강할 때는 여전한 기량을 보여줬으나 6월을 끝으로 왼어깨 견갑하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두산은 최소한 8월에는 돌아올 수 있는 부상이라 판단해 브랜든을 계속 데리고 있었으나 끝내 마운드에 다시 서지 못했다. 알칸타라에게 150만 달러(약 20억원), 브랜든에게 113만 달러(약 15억원)를 안겼기에 금액적인 손실도 매우 컸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는 단순히 타격 성적만 보면 방출할 정도는 아니었다. 80경기에서 타율 0.305(311타수 95안타), 10홈런, 48타점, OPS 0.842를 기록했기 때문. 다만 라모스는 더그아웃 분위기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했고, 외야 수비도 설렁설렁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벤치를 분노하게 했다. 두산은 이미 알칸타라를 교체한 상황에서 브랜든이 부상 변수로 남아 있어 남은 외국인 교체 카드 1장을 신중히 써야 했지만, 그럼에도 당장 라모스를 교체해야 한다고 판단해 방출했다. 두산이 귀한 교체 카드를 써서 데려온 새 외야수 제러드는 빠르게 합격점을 받았다. 정규시즌 38경기에서 타율 0.326(144타수 47안타), 10홈런, 39타점, OPS 1.080을 기록하며 재계약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성적표를 남겼다. 두산은 김재환, 양석환, 양의지 등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들이 노쇠화된 상황에서 이들이 하락세일 때 대신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젊은 타자가 필요했는데, 강승호를 제외하면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주전급 선수가 없었다. 제러드 영입은 여러모로 전력 보강 차원에서 이뤄진 선택이었다.
제러드는 워크에식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팀원들과 문제없이 잘 어울렸고, 이승엽 감독에게 편하게 말을 걸며 대화를 이끌 정도로 성격도 좋았다.
두산은 제러드를 데려올 때 꽤 공을 들이기도 했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 7월 제러드 계약 당시 "안 풀리는 선수로 알고 있었고, 후보를 압축해서 계속 검토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최근에 선수가 풀리면서 빠르게 계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제러드는 두산 이적 전까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에서 뛰고 있었는데, 끝까지 빅리그 콜업 기회를 기다려 보다가 불가능한 현실을 인지하고 한국에 왔다.
▲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왼쪽)과 라울 알칸타라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브랜든 와델 ⓒ 두산 베어스
제러드는 다만 수비에 조금씩 구멍을 보였다. 우익수로는 그나마 실수가 적었지만, 좌익수로 나갈 때면 포구나 송구에서 한번씩 큰 실수가 나왔다. 두산도 이런 문제는 잘 인지하고 있으나 어쨌든 팀이 기대했던 타격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판단해 다음 시즌까지는 더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올겨울 움직이려 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는 전면 교체가 불가피할 듯하다. 브랜든은 일단 부상으로 올 시즌 내내 보탬이 되지 못했기에 다음 시즌도 건강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은 브랜든이 KBO 통산 43경기, 23승10패, 244⅔이닝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할 정도로 검증된 카드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프면 아무 소용이 없기에 선뜻 재계약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알칸타라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조던 발라조빅은 선발투수로 기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1998년생으로 어린 나이에 최고 구속 156㎞를 웃도는 강속구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이 떨어질수록 제구가 잡히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12경기에서 2승6패, 57이닝,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하면서 퀄리티스타트가 2차례에 불과한 것도 재계약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발라조빅은 지난 2일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0-4로 뒤진 2회 구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래도 144경기 체제에서 한 시즌에 30경기 정도 버텨주려면 이닝이터 능력은 필수다. 두산은 2022년 브랜든이 발라조빅처럼 이닝이터 능력이 부족해 재계약에 실패했을 때 대만프로야구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지난해 돌아왔듯이 발라조빅이 이닝이터 능력을 증명해 올 때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은 외국인 스카우트, 특히 투수 쪽에서 이렇게 성과를 내지 못한 게 너무 오랜만이라 충격이 더 컸다. 알칸타라는 물론이고, 조쉬 린드블럼, 더스틴 니퍼트 등 20승 에이스를 꾸준히 배출했고, 크리스 플렉센, 세스 후랭코프, 마이클 보우덴 등 2선발급인데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투수를 잘 뽑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브랜든(7승), 알칸타라(2승), 발라조빅(2승)에 대체 외국인 시라카와 케이쇼(2승)까지 외국인 투수 4명이 합작한 승리가 13승에 불과했다. 그래도 불펜의 강점을 살려 정규시즌 4위라는 성과를 냈으나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외국인 악몽이 반복되면 또 불펜 과부하를 걱정해야 하기에 어느 때보다 새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 조던 발라조빅 ⓒ곽혜미 기자
▲ 시라카와 케이쇼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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