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치니와 결별' 사우디에 드리우는 '실패한 중국 축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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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부터). 게티이미지코리아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 축구의 전철을 밟아나가는 모양새다.
25일(한국시간) 사우디축구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협회 이사회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계약 관계를 조기 종료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며칠 안에 후임 감독을 발표할 거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해 만치니 감독과 4년 계약을 맺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 자국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안컵 우승까지 바라본 초석이었다. 연봉은 최소 2,500만 유로(약 373억 원)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단연 최고액이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만치니 감독은 인테르밀란, 맨체스터시티, 이탈리아 등에서 이뤘던 성공을 반복하지 못했다. 올해 초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던 한국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해 16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이때는 부임 초기라는 방패막이가 있었지만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1승 2무 1패로 부진하며 조 3위로 내려앉자 사우디축구협회가 칼을 빼들었다. 일본에 패한 것보다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에 비긴 게 용납하기 힘든 성적으로 작용했을 확률이 높다.
사우디는 축구 산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내다보고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로 유럽 리그 슈퍼스타들을 쓸어모았고, 아시안컵과 월드컵을 잇달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사우디의 변화에 발맞춰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장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제한을 폐지했다. 서아시아 권역과 동아시아 권역이 통합돼 치르는 8강부터 결승까지 경기는 모두 사우디에서 치러진다.
그러나 당장의 흥행을 위한 투자에 비해 장기적으로 사우디 축구를 성장시키는 움직임은 아직 미약하다. 올해 초 사우디축구협회는 월드컵까지 10년 계획을 세워 ▲ 유소년을 연령별로 세분화하고 ▲ 7세부터 10세까지 연령대를 특별 관리하며 ▲ 유소년 축구와 지역 연계를 강화하고 ▲ 유소년 대회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골자는 2034년 A대표팀 주축이 될 17세 이하 청소년들을 2025 U17 아시안컵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며, 관련해 유럽 구단과도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린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살렘 알다우사리(사우디아라비아).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유소년 축구와 성인 프로 축구가 따로 갈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유럽 리그 슈퍼스타들로 채워진 사우디 프로 리그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 유럽 리그 선수들을 수혈하는 정책과 유소년 육성 정책은 양립하기 힘들다.
이미 사우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쟁력 약화는 예고된 바 있다. 사우디 프로 리그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유입되면서 자국 선수들의 출장시간 확보가 사우디 국가대표의 주요 난제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2023-2024시즌 이후 사우디가 승률 40%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우디 국가대표의 부진이 단순히 만치니 감독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34년까지 국가대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유럽 스타들을 리그 흥행 매개체로 사용한 뒤 유소년을 그 자리에 대체하는 정책이 가능할 텐데, 현재로서는 요원해보인다. 유럽 스타들이 중계권 판매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자국 리그 관중 수 증가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은 1만 명도 넘기지 못했고, 이번 시즌도 평균 8,240명에 그쳤다. 알아흘리와 알힐랄 경기에 5,3036명이 방문한 반면 알파이하와 알리야드 경기에 390명만 방문했다는 점은 사우디 프로 리그가 축구 산업보다 관광 산업에 가깝다는 걸 방증한다.
치치 당시 브라질 축구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유럽 스타들이 사우디를 떠났을 때 리그 경쟁력이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선수들에 비해 지도자들이 사우디 입성에 열려있지 않은 점도 있고, 사우디 유소년 정책과 프로 리그 정책 연결점이 희미한 측면도 있다. 베트남처럼 국가에서 유소년부터 육성하는 나라는 여럿 있지만 이것이 프로 리그와 이어지지 않을 때 A매치에서 무기력해지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이것이 현재까지 사우디 축구와 중국 축구의 유사점이기도 하다. 유럽 리그 스타들을 영입하는 데 열중하는 반면 유소년 투자에는 그만큼 투자를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유소년 투자에 필수적인 구조적 개혁을 간과한 채 현재 1부 리그의 크기를 키우는 데 지나치게 집중했다. 국가대표를 강화하는 정책이 리그를 키우는 정책과 따로 논다는 문제도 있다.
사우디 매체는 후임으로 전 브라질 국가대표 감독 치치를 노린다고 보도했다. 이미 사우디축구협회가 후임을 발표한다고 예견한 만큼 적어도 치치 급의 감독이 사우디에 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사우디 축구가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 힘쓰지 않는다면 후임 감독으로 검증된 지도자를 선임한다 한들 사우디 국가대표가 단숨에 국제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 축구의 전철을 밟아나가는 모양새다.
25일(한국시간) 사우디축구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협회 이사회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계약 관계를 조기 종료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며칠 안에 후임 감독을 발표할 거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해 만치니 감독과 4년 계약을 맺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 자국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안컵 우승까지 바라본 초석이었다. 연봉은 최소 2,500만 유로(약 373억 원)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단연 최고액이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만치니 감독은 인테르밀란, 맨체스터시티, 이탈리아 등에서 이뤘던 성공을 반복하지 못했다. 올해 초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던 한국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해 16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이때는 부임 초기라는 방패막이가 있었지만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1승 2무 1패로 부진하며 조 3위로 내려앉자 사우디축구협회가 칼을 빼들었다. 일본에 패한 것보다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에 비긴 게 용납하기 힘든 성적으로 작용했을 확률이 높다.
사우디는 축구 산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내다보고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로 유럽 리그 슈퍼스타들을 쓸어모았고, 아시안컵과 월드컵을 잇달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사우디의 변화에 발맞춰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장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제한을 폐지했다. 서아시아 권역과 동아시아 권역이 통합돼 치르는 8강부터 결승까지 경기는 모두 사우디에서 치러진다.
그러나 당장의 흥행을 위한 투자에 비해 장기적으로 사우디 축구를 성장시키는 움직임은 아직 미약하다. 올해 초 사우디축구협회는 월드컵까지 10년 계획을 세워 ▲ 유소년을 연령별로 세분화하고 ▲ 7세부터 10세까지 연령대를 특별 관리하며 ▲ 유소년 축구와 지역 연계를 강화하고 ▲ 유소년 대회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골자는 2034년 A대표팀 주축이 될 17세 이하 청소년들을 2025 U17 아시안컵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며, 관련해 유럽 구단과도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린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살렘 알다우사리(사우디아라비아).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유소년 축구와 성인 프로 축구가 따로 갈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유럽 리그 슈퍼스타들로 채워진 사우디 프로 리그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 유럽 리그 선수들을 수혈하는 정책과 유소년 육성 정책은 양립하기 힘들다.
이미 사우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쟁력 약화는 예고된 바 있다. 사우디 프로 리그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유입되면서 자국 선수들의 출장시간 확보가 사우디 국가대표의 주요 난제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2023-2024시즌 이후 사우디가 승률 40%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우디 국가대표의 부진이 단순히 만치니 감독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34년까지 국가대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유럽 스타들을 리그 흥행 매개체로 사용한 뒤 유소년을 그 자리에 대체하는 정책이 가능할 텐데, 현재로서는 요원해보인다. 유럽 스타들이 중계권 판매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자국 리그 관중 수 증가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은 1만 명도 넘기지 못했고, 이번 시즌도 평균 8,240명에 그쳤다. 알아흘리와 알힐랄 경기에 5,3036명이 방문한 반면 알파이하와 알리야드 경기에 390명만 방문했다는 점은 사우디 프로 리그가 축구 산업보다 관광 산업에 가깝다는 걸 방증한다.
치치 당시 브라질 축구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유럽 스타들이 사우디를 떠났을 때 리그 경쟁력이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선수들에 비해 지도자들이 사우디 입성에 열려있지 않은 점도 있고, 사우디 유소년 정책과 프로 리그 정책 연결점이 희미한 측면도 있다. 베트남처럼 국가에서 유소년부터 육성하는 나라는 여럿 있지만 이것이 프로 리그와 이어지지 않을 때 A매치에서 무기력해지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이것이 현재까지 사우디 축구와 중국 축구의 유사점이기도 하다. 유럽 리그 스타들을 영입하는 데 열중하는 반면 유소년 투자에는 그만큼 투자를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유소년 투자에 필수적인 구조적 개혁을 간과한 채 현재 1부 리그의 크기를 키우는 데 지나치게 집중했다. 국가대표를 강화하는 정책이 리그를 키우는 정책과 따로 논다는 문제도 있다.
사우디 매체는 후임으로 전 브라질 국가대표 감독 치치를 노린다고 보도했다. 이미 사우디축구협회가 후임을 발표한다고 예견한 만큼 적어도 치치 급의 감독이 사우디에 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사우디 축구가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 힘쓰지 않는다면 후임 감독으로 검증된 지도자를 선임한다 한들 사우디 국가대표가 단숨에 국제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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