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팬들 위해서" 혼신의 132㎞, 굿바이 정우람…박수 받으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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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 은퇴 무대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화 이글스 동료들과 마운드에서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정우람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마지막 순간을 팬분들을 위해서 준비했는데,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서 한 타자에 담아 보겠다."
한화 이글스 레전드 좌완 정우람(39)이 은퇴 무대에서 혼신을 다해 공을 던졌다. 정우람은 29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하며 공 4개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정우람은 은퇴식이 예정된 이날 꼭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뜻을 김경문 한화 감독에게 전달했다. 김 감독은 일찍이 "그날 정우람 선수가 한 타자를 꼭 던지고 싶다고 그러길래, 아마 한 타자를 던지게 될 것"이라며 유니폼을 벗는 베테랑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화답했다.
정우람은 불펜으로 역사를 쓴 선수다. '고무팔'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정우람은 KBO 역대 최초이자 유일하게 1000경기에 출전한 투수다. 군 복무 기간인 2013~2014시즌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프로에서 18시즌을 1군에서 활약하면서 1004경기에 출전했다. 1004경기 모두 구원 등판이었다. 1군에서 활약한 18시즌 가운데 15시즌에서 5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면서 성실한 선수로 인정받았다. 정우람은 지난해 10월 2일 대전 NC전에서 리그 투수 최초로 1000경기 출전하는 불멸의 대기록을 남겼다. 정우람은 지난해 10월 1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하면서 단일리그 투수 기준으로 아시아 역대 최다인 1003경기 출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 무대는 선발투수로 나서길 바랐다. 김 감독은 "안 그래도 뒤에 어디에 기용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나도 신경이 쓰이더라. 타이밍을 잡기가. 그러니까 차라리 편하게 (선발로) 한 타자 상대하고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1005번째 등판에 나서는 정우람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1005번째? 대단하다. 진짜 많이 나왔다. 그러니까 몸 관리를 얼마나 잘했다는 것인가. 대단하다"며 "은퇴식을 할 수 있는 것은 정우람 선수가 그동안 선수 생활을 얼마나 잘해왔는지를 말해 준다. 이제는 지금 코치도 하고 있으니까 팀에저 좋은 투수들, 후배들을 조금 많이 길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우람은 값진 등판 기회를 얻은 소감과 관련해 "전성기 때처럼 좋은 공이 나온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나름 마지막 순간을 팬분들을 위해서 준비했는데,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서 한 타자에 담아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우람은 선발투수지만, 이례적으로 등판에 앞서 불펜에서 뛰어나왔다. '불펜 레전드'의 정체성을 지키는 세리머니였다. 마운드에서 팬들에게 인사한 정우람은 두 아들 정대한, 정민후 군과 시구, 시타를 진행했다.
정우람은 1회초 선두타자 최정원을 상대했다. 공 4개 모두 혼신을 다해 직구를 던졌는데, 최고 구속은 132㎞를 찍었다. 볼카운트 2-1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최정원은 정우람의 4구째 직구를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정우람은 약속대로 혼신을 다해 던졌으나 1년 가까이 마운드에서 멀어져 있던 시간을 가릴 수는 없었다.
▲ 한화 이글스 정우람 ⓒ 연합뉴스
▲ 아들과 은퇴 기념 시구, 시타를 준비하는 한화 이글스 정우람 ⓒ 연합뉴스
한화 벤치는 약속대로 움직였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공을 넘겨받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자 정우람은 마지막 인사를 위해 마운드로 모인 야수들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정우람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에도 선수들과 포옹하며 마지막을 아쉽고도 후련한 은퇴 무대를 마쳤다.
정우람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났을 때 팬들을 이야기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정우람은 "내가 한화에 2016년에 왔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대전에 왔는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내가 있는 9년 동안 팬분들을 많이 웃게 해드리지 못했다. 많은 사랑만 받고 가는 것 같아서 제일 아쉽고 마음이 조금 안 좋았다"고 했다.
이어 "아침에도 눈물이 많이 나더라. 은퇴사를 준비하면서 눈물이 조금 나기도 했고, 오랫동안 뜸했던 지인들 같이 했던 동료들이나 친구들이나 여러 사람들이 마지막을 축하해 줘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우람은 팬들이 자신을 어떤 선수로 기억해 주길 원할까. 정우람은 "마운드에 꾸준히 많이 오르다 보니까 오래 하게 됐고,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인정해 줄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마운드 위에서 늘 헌신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바랐다.
정우람은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84억원에 사인하면서 전격 이적했고,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39억원에 한번 더 계약하면서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보장받았다.
나이 30대 후반 베테랑이지만, 정우람은 지난해 52경기에서 40⅓이닝을 책임졌을 정도로 불펜에서 비중이 큰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뒤 정우람은 FA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는 플레잉코치로 지내겠다고 선언했고, 잔류군 투수코치와 선수를 겸한 올해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퓨처스팀에서도 후배들을 육성하는 데 더 중점을 두면서 퓨처스리그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다.
정우람은 KBO리그 통산 1005경기에서 977⅓이닝을 던지면서 64승47패, 197세이브, 14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00세이브까지 3개, 150홀드까지는 5개만 남겨둔 상황이라 올해 개인 기록을 더 챙기지 못한 게 아쉬울 법했으나 '고무팔'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판단한 그는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 은퇴 무대를 마치고 류현진과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우람과 마지막 인사를 준비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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