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억 초호화 타선인데, '18이닝 무득점' 대체 왜?…오죽하면 '1군 11타석' 19살 신인 대타로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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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김재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중용하는 선수들만 중용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참담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두산은 2일 열린 1차전에서 0-4로 완패하고, 2차전도 무득점에 그치면서 와일드카드 역대 최다인 18이닝 연속 무득점 불명예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KIA 타이거즈가 2016년 2경기(10이닝), 2018년 1경기(4이닝)를 통틀어 기록한 14이닝 연속 무득점이었다. 두산은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이래 4위팀 역대 최초로 탈락하는 또 하나의 불명예 역사도 썼다.
두산은 고액 FA 베테랑 야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팀이다. 양의지(6년 152억원)와 김재환(4년 115억원), 허경민(4+3년 85억원), 양석환(4+2년 78억원), 정수빈(6년 56억원) 등 5명의 총액이 486억원이다. 충분히 초호화 타선이라 불릴 만하다.
정규시즌 성적은 분명 이들의 지분이 컸다. 양석환은 타율은 0.246로 낮았지만, 34홈런-107타점을 달성하며 새로운 잠실 우타 거포의 탄생을 알렸다. 김재환은 29홈런-92타점을 기록하며 홈런왕의 부활을 노래했고, 양의지는 타율 0.314, 17홈런, 94타점을 기록하며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을 모두 뽐냈다. 허경민은 타율 0.309, 61타점을 기록했는데, 팀 내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양의지와 함께 '유이'하게 3할 타율을 달성했다. 정수빈은 145안타(타율 0.284), 52도루로 팀 내에서 두 부문 모두 2위에 오르며 리그 최정상급 1번타자로 활약했다. 이들 5명이 모두 최상의 컨디션일 때 두산 타선은 상대 마운드에 분명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두산 타선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8이닝 무득점에 그쳤을까. 물론 1, 2차전에 차례로 선발 등판했던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6이닝 무실점)와 웨스 벤자민(7이닝 무실점)의 구위가 이강철 감독마저 놀랄 정도로 좋긴 했다. 단기전에서 선발투수의 공이 긁히면 타자들이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울러 144경기 체제에서는 어찌저찌 가렸던 문제가 단기전이 되니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FA 5명의 타격 컨디션이 좋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들 중 한두 명만 난조를 보여도 경기를 풀어가기가 매우 어려워지는데 이번 포스트시즌에 주축 타자들이 단체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어려움에 놓였다.
특히 공수에서 지분이 매우 큰 양의지가 왼쪽 쇄골 염좌로 타격이 전혀 안 되는 변수가 매우 크게 작용했다. 타격이 불가능하니 선발 출전 자체가 어려웠고, 흔들리는 1차전 선발투수 곽빈을 다독이며 끌고갈 수도 없었다. 양의지가 타선에서 빠진 연쇄 효과로 해결사가 돼야 했던 김재환과 양석환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기도 했다. 김재환과 양석환은 1, 2차전 모두 4,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나란히 7타수 1안타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허경민이 7타수 3안타, 정수빈이 8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으나 득점으로 연결시켜 줄 타자가 없었다. 정규시즌 비FA 야수 가운데 가장 좋은 타격감을 자랑한 타자는 강승호였다. 140경기에서 타율 0.280(521타수 146안타), 18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가을 무대에서는 7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전혀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과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도 나란히 7타수 1안타에 그치면서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문제는 이들 주축 타자들의 공격이 안 풀렸을 때 "이 선수를 왜 대신 안 썼나"라고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백업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득점 기회마다 꺼낸 대타 카드를 보면 얼마나 벤치가 답답했을지 알 수 있다.
두산은 1차전에서 0-4로 뒤진 7회말 kt 마운드가 윌리엄 쿠에바스에서 김민으로 바뀌자마자 반격을 준비했다. 1사 후 허경민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포수 김기연 타석에 대타 이유찬 카드를 투입했다. 팀의 1번 대타가 이유찬이란 뜻인데, 이유찬은 정규시즌 타율 0.277, 장타율 0.364를 기록했던 타자다. 득점권 타율은 0.254다. 콘택트 능력은 어느 정도 있어도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만한 펀치력은 없는데 팀의 1번 대타로 나섰고,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이어 조수행마저 유격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되면서 전혀 반격을 하지 못했다.
▲ 두산 베어스 이유찬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여동건 ⓒ 두산 베어스
두산은 9회말 kt 마무리투수 박영현을 상대로 마지막 득점 기회를 잡았다. 김재환이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1사 1루에서 강승호가 유격수 앞 땅볼로 출루하면서 2사 1루가 됐다. 이어 허경민이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날려 2, 3루 기회로 연결됐다. 다음 타자는 대수비로 나섰던 양의지였는데, 타격이 어려워 대타 여동건으로 교체됐다.
여동건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신인 내야수다. 9월 확대 엔트리에 처음 1군에 올라와 9경기에서 고작 11타석에 들어서 10타수 4안타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정규시즌 막바지 야무진 타격을 보여줬던 것은 사실이지만,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이 팀이 0-4로 뒤진 9회말 2사 2, 3루 절호의 추격 기회였다. 이 부담을 이겨냈으면 슈퍼스타가 됐겠으나 여동건은 여느 신인처럼 공 3개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여기서 '어떻게 이런 상황에 신인을?'이라는 의문보다는 '오죽하면 이런 상황에 신인을?'이라는 의문이 든다. 두산 벤치에는 이유찬과 여동건을 제외하면 박준영, 전민재, 김대한, 박민준 등이 남아 있었다. 양의지가 부상이라 3번 포수로 둔 박민준을 제외하면 박준영, 전민재, 김대한은 적어도 여동건보다는 먼저 선택을 받아야 했던 야수들이다. 박준영은 올해 햄스트링 부상 전까지 이 감독이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을 정도로 타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고, 전민재는 박준영이 부상일 때 빈자리를 채우면서 100경기나 기회를 얻었다. 김대한은 2019년 1차지명 출신이다. 이들은 여동건보다도 감독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현실을 분명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0-1로 뒤진 6회초 우익수 조수행이 오윤석의 타구를 파울로 처리하려다 펜스에 부딪혀 부상으로 이탈할 때였다. 조성환 수비코치가 조수행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벤치에 경기 불가 사인을 보내자 두산은 이유찬을 대수비로 투입했다. 이유찬은 정규시즌에도 외야수를 병행했던 선수지만, 벤치에 있던 유일한 전문 외야수였던 김대한은 또 외면을 받았다.
18이닝 무득점이라는 참담한 결과에서 다음 시즌 과제를 엿볼 수 있었다. 고액 FA 야수들은 나이 30대 중후반으로 냉정히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 젊은 야수들은 그런데도 이들과 경쟁 구도를 전혀 그리지 못할뿐더러 분위기를 바꿀 교체 카드로도 마땅치 않아 시리즈 2경기 내내 변화를 꾀할 수가 없었다. 은퇴 선수인 오재원의 수면제 대리처방과 관련된 선수들이 빠져 뎁스가 얇아진 여파도 있지만, 야수 육성 실패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7년 연속 9, 10순위 지명권을 쓰면서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없었다. 다만 김대한과 안재석 등 1차지명 야수의 성장이 더딘 건 반성할 일이다. 전반적인 젊은 야수들을 살펴보면 타격이 기대가 되면 수비 구멍이 크고, 수비는 괜찮지만 1군 투수의 공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2시즌 내내 선수만 지켜본 감독이 괜히 이유찬을 외야수 겸업을 시킨 게 아니다. 반짝이고 눈에 띄는 카드가 있으면 당장 쓰고 싶은 게 감독이다. 아무리 새 주전 유격수를 세우려 해도 결국 마지막엔 김재호가 주전을 맡고 있는 게 이 팀의 현실이다.
이 감독은 "잘 치고 잘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얼마나 뒤 타자에게 연결을 잘 해주고, 실수하지 않고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응집력이 중요하다. 찬스가 왔을 때 디테일한 야구가 되지 않아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왔다. 베테랑이 많다 보니까 장타력에서 정규시즌에는 재미를 많이 봤는데, 단기전에서는 장타가 터지지 않다 보니까 힘들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 내년을 위해서는 조금 더 공격적인 야구도 중요하고, 디테일한 야구도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재호도 마찬가지고, (김)재환이, (양)석환이, (정)수빈이, (허)경민이 등 베테랑 위주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과 경쟁 체제가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해 베테랑에 의존해야 했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중용하는 선수들만 중용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 어떻게 격차를 줄이느냐에 따라 강팀이 될 수도 있고, 이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시즌이었다"고 덧붙였다.
▲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전의를 상실한 두산 베어스 더그아웃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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